“주여, 제발 한 사람을 더 구하게 해주세요.” – 전쟁영화 ‘핵우고지’

‘핵소고지'(Hacksaw Ridge) 이 영화는 개봉 당시 글에 남겨야 한다고 생각한 영화다.차일피일 미루다가 몇 년이 지난 뒤 최근 넷플릭스에서 재감상을 했고, 오늘에야 그 생각을 실천하게 됐다.

나는 이 영화를 2017년 2월 28일 오전 10시 CGV 청주 서문에서 봤다.관람객이 거의 없고 평일 오전이라 그런지 몰라도 이후 전국 관객 수가 예상보다 너무 적어 놀란 영화이기도 하다. 솔직히 적어도 100만 명은 나올 줄 알았다.(대한민국 총 관객 수 17만 명)

영화 ‘핵소고지’ 촬영 당시

그동안 ‘멜 깁슨’ 감독의 영화를 봐왔던 관객이라면(브레이브 하트,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아포칼립토 등…) 그가 연출한 영화가 얼마나 매력이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웅장하고 깊이 있는 영상미와 정말 잔인하지만 실감나고 생생한 폭력 묘사, 극적이고 흡인력 있는 사건 전개로 관객들을 영화에 몰입시키는 재능을 가진 감독이다.특히 전쟁영화에는 최고의 능력치를 보여주는 것 같다.유명한 영화배우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감독으로서의 그가 더 빛나는 것 같다.

영화 아포칼립토 촬영 당시 (10년 후 핵소고지 촬영 때도 그 모자를 썼고 의상 스타일도 일관성 있는 편인 것 같다)

특히 영화 아포칼립토는 지금까지 10번이나 봤는데 우연히 영화채널에서 만났다면 무조건 정주행하게 되는 영화인데, 그 웅장하고 박진감 넘치는 연출에 (한국영화 최종병기활 추격신은 이 영화를 오마주한 작품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다)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에서 눈을 뗄 수 없는 매력이 있다.극장에서 재개봉을 한다면 당장 달려가서 보는 영화 중 하나가 ‘아포칼립토’다.

영화 ‘핵우고지’

포화 속으로 달려 사라지는 의무병의 모습이 담긴 위 포스터는 영화 속 한 장면인데, 영화 ‘플래툰’ 포스터만큼이나 인상적이다.

데스몬드 도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핵소고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 육군 77보병사단에 자진 입대 후 종교적 이유로 집단총을 거부했다가 의무병으로 전쟁에 참전했다가 부상당한 동료 75명을 구하고 미국 최고 무공훈장인 명예훈장을 받은 ‘데스몬드 도스’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다.

전우들의 증언에 따르면 핵소고지 전투에서 도스가 구한 인원은 100여 명이었다고 하지만 본인이 50명도 안 된다며 겸손을 보였고, 당시 미국 트루먼 대통령이 절충해 75명의 인원을 구해 명예훈장을 수여했다고 한다.영화에서는 핵소 고지 전투가 도스가 참전한 최초이자 마지막 전투로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여러 전투에 참전해 300여 명의 부상병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실제 활약상은 영화보다 컸다지만 영화에서는 오히려 축소돼 나온 것으로 보면 된다.

당시 핵소고지(왼쪽), 영화 속 핵소고지(오른쪽)

핵소고지는 오키나와에 있는 마에다고지를 가리키는 말로 깎이는 절벽을 두고 톱처럼 생겼다 하여 붙인 지명이다.제2차 세계대전 오키나와전의 최고 격전지 중 하나로 영화에서는 극적인 효과를 위해 절벽 높이를 23배로 늘렸다.일본의 진주만 공습에 분노해 자원입대한 데스몬드 도스. 그러나 종교적 신념 아래 집단총하는 것을 거부한다.(그는 제7일 안식일 예수재림교회 신자로 살인을 금지한 계명을 철저히 지키고 싶어 했다) 자신이 참전하는 이유는 죽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족을 지키고 동료를 살리기 위해서임을 강조하는 토스.영화에서는 제1차 세계대전 참전에 대한 트라우마로 폭력성을 갖게 된 아버지의 등장과 어머니에게 폭력을 가한 아버지를 총으로 죽이려 했던 경험을 넣어 도스가 종교적 신념뿐만 아니라 과거 상처 때문에 집단총을 거부하게 된 것을 개연성 있게 설명한다.동료가 적에게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 총을 들지 않으면 지켜줄 수 없다는 상관.신념은 좋지만 전쟁의 현실은 그 신념 등도 무너뜨릴 수 있음을 강조한다.토스는 훈련소의 골칫거리로 여겨져 병사들도 그에게 등을 돌린다.상관들의 방관 아래 병사들의 괴롭힘에도 굴하지 않고 신념을 굽히지 않는 토스.(동료들의 구타와 괴롭힘은 영화의 극적인 효과를 위해 가미했다고 한다)군사재판까지 이르게 되는데, 1차대전 참전용사였던 아버지가 현 육군 준장이 된 자신의 상관에게 부탁해 준장의 결단이 힘을 실어주면서도 도스는 전쟁에 참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실제로 연방대법원으로부터 집총하지 않고도 참전할 수 있는 권리를 허락받았다고 한다)육군 제77보병사단 제307보병연대에 배속돼 태평양에 배치된 도스.최고의 격전지로 악명 높은 오키나와 섬으로 향한다.이들을 기다린 것은 전쟁이라는 참혹함에 넋이 나간 병사들과 시신들.핵소 고지에 여섯 차례 올라 밀려나 사기가 땅에 떨어진 병사들을 보며 도스와 동료들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한다.1945년 5월 5일 핵소 고지를 점령하라는 명령을 받고 1대대 병사들은 벼랑을 올라 진격하지만일본군이 사수하고 있는 핵소 고지에서 부대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퇴각하기에 이른다.대포와 기관총으로 무장한 일본군의 집중포화에 100여 명이 순식간에 쓰러지고 곳곳에서 동료들의 고통스러운 신음과 비명소리로 전쟁터는 지옥 그 자체가 된다.살아남은 병사들은 주둔기지로 퇴각해 전력을 가다듬던 시각, 구하지 못한 전우들을 놓아주지 못한 도스.부상당한 전우들은 일본군에 의해 무참히 살해되고 있었다.일본군의 눈을 피해 부상병을 구조한 그는 하나씩 고지 아래로 환자를 보낸다. 하나님, 제발 한 사람만 더 구하게 해주세요.끊임없이 기도하며 전우들을 하나둘 구조하는 토스.그는 부상당한 일본군까지 돌보기도 한다.자신이 지휘한 병사들을 고지에 남겨두고 퇴각할 수밖에 없었던 중대장 글로버.보충병력을 요구하지만 시간이 필요하다는 상부의 답변을 듣고 상심하던 중 주둔기지에 부상당한 자신의 부하 병사들이 한 명씩 실려오는 것을 목격한다.부상병들이 가로되 데스몬드 도스가 고지에 남아 부상병을 하나둘 구출해 내보내고 있다는 소식.데스몬드의 눈부신 활약에 부대원들의 사기가 충만했고, 그가 있으면 어떤 전투라도 함께하겠다고 전의를 불태우는 동료들.데스몬드의 눈부신 활약에 부대원들의 사기가 충만했고, 그가 있으면 어떤 전투라도 함께하겠다고 전의를 불태우는 동료들.핵소 고지를 점령하기까지의 과정은 직접 감상하면서 확인하세요.^^멜 깁슨의 영화를 한 편이라도 보신 분이라면 이 영화를 보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관객의 마음을 흔드는 극적인 연출을 정말 잘한다.영화 마지막은 노인이 된 데스몬드 도스와 생존한 전우들의 인터뷰로 마무리하는데, 한 전우의 말이 정말 인상 깊었다. 누군가의 신념을 굽히려는 행동은 그것이 군대든 누구든 잘못된 것입니다.신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닙니다.신념은 바로 자신이니까요.전쟁 영화 핵소 고지.아직 보지 못한 분들, 그 감동을 다시 한번 경험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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