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노래가 되는 커너드 커넥션(Nerd Connection) –

2021년 11월 17일자 <한겨레> 정규 1집 낸 밴드 ‘너드커넥션’ ‘싱어게인’ 이름을 알린 보컬 서영주 밴드 복귀앨범 ‘뉴센추리 마스터피스 시네마’ … 연말연시 공연

밴드 너드 커넥션 멤버 왼쪽부터 박재현(베이스), 최승원(기타), 서영주(보컬기타), 신용태(드럼). 유아사마 제공 옛날 한 극장이 문을 열었다. 이름 하여 명화극장. 꼼꼼한 극장 주인은 누구나 인정해야 할 명작들만 골라 흘렸다. 사람들은 영화를 보고 극장 주인의 눈을 끄덕였다. 세월은 흘러 21세기가 됐다. 사람들은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비슷한 영화를 보며 시간을 때웠다. 발길이 뜸해진 명화극장은 소리 없이 사라졌다.

문을 닫았던 극장이 새로 돌아왔다. 통칭 뉴 센추리 마스터피스 시네마. 해석하면 ‘신세기 명화극장’이다. 21세기 20세기 끝 감성의 록 음악을 추구하는 밴드 너드 커넥션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정규 1집 제목이다.

우디 알렌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주인공은 1920년대 프랑스를 문화의 황금기로 여기고 동경합니다. 그런데 정작 그 시대의 예술가들은 1890년대의 벨에포크 시대를 동경하고, 또 벨에포크 시대의 예술가들은 르네상스 시대를 동경하거든요. 저희가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이번 앨범을 구상했습니다”

최근 서울 연남동 소속사 유아썸머 사무실에서 만난 너드커넥션의 리더 최승원(기타)이 말했다.저희는 1990년대 말2000년대 초반 밴드 음악이 정말 멋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요즘은 그런 음악이 없어지고 대신 자극 위주의 노래들이 각광을 받고 있죠. 우리가 멋지다고 생각하는 명작을 우리 손으로 다시 태어나 신세기 명화극장에서 상영하고 싶었습니다. 그게 바로 이번 앨범이죠.

너드 커넥션 첫 정규앨범 뉴 센추리 마스터피스 시네마의 표지. 유아썸머제공대학 밴드동아리에서 만난 공대생 서영주, 최승원, 박재현(베이스)이 2017년 초 의기투합한 것이 밴드의 발단이다. 영국 밴드 라디오헤드 오아시스 콜드플레이 등을 좋아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곳에 체대를 나와 태권도 사범을 하며 드럼을 두드리던 신영태가 합류했다.

대학가요제에 지원하려고 했지만 밴드 이름이 없었다. 최승원이 밴드 이름을 짓는 인터넷 사이트 밴드 네임 제너레이터에서 몇 가지 조건을 붙여 무작위로 선정한 이름 중 하나가 너드 커넥션이었다. 일단 이걸로 하고 나중에 바꾸자. 대학가요제에서는 떨어졌지만 이름은 그냥 가져가기로 했다.

우리가 모두 너드(공부는 잘해도 사회성이 부족한 범생을 일컫는 말)입니다. 그런 우리가 음악 하나로 뭉쳤습니다. 음악을 통해 세상에 널려 있는 여러분과 연결시키자는 의미도 담겨 있기 때문에 밴드 이름을 바꿀 이유가 없었어요.(서영주)

기대 없이 참가한 에머겐자 세계밴드대회 한국 예선에서 우승했다. 그 덕분에 2018년 독일 음악페스티벌에서 열린 본선까지 진출해 공동 9위를 차지했다. 그때 세계 각국의 밴드 음악가들과 어울려 쌓은 경험은 상금보다 값진 보상이었다. 2018년부터 영국 브릿팝 스타일의 싱글과 미니앨범을 발표하며 서서히 이름을 알리던 이들이 갑자기 유명해진 것은 방송을 통해서였다. 그가 지난해 말 시작한 ‘싱어 광대'(JTBC) 경연에 가수 26호로 참여해 매력적인 목소리로 화제를 모은 것이다.TV에서 창작곡이 나온다고 해서 저희 음악을 알려드리려고 했는데 결국 안 됐어요. 유명곡만 부르고 중간에 탈락했어요 그래도 밴드를 알리는데 큰 도움이 되었어요. 방송 보고 저희 음악 들어주신 분들 많았거든요”

이후 팬이 폭발적으로 늘었고 공연만 하면 3초 만에 매진됐다. 소속사도 생겼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원하는 ‘2021 뮤즈온 아티스트’로도 선정됐다. 그리고 마침내 첫 정규앨범을 내기에 이르렀다.

밴드 너드 커넥션 멤버 왼쪽부터 박재현(베이스), 최승원(기타), 서영주(보컬기타), 신용태(드럼). 유아 썸머 제공 음반에는 모두 12곡이 담겨 있다. 전반적으로 라디오헤드, 콜드플레이, 오아시스, 뮤즈, 킨, 밥 등 영국 밴드의 향취가 물씬 풍기는 가운데 한국 가요의 감성도 엿볼 수 있다. 공동 타이틀곡 중 하나인 우리는 노래가 될까 등 그가 작곡한 노래는 대개 그렇다. 그는 버스커버스커, 네루, 못, 델리스파이스, 쿡카스텐 등 한국 밴드들도 좋아해 그 영향도 받았다고 귀띔했다.

앨범의 막을 올리는 트웬티 퍼스트 센추리 킹덤과 이어지는 타이틀곡 할리우드 무비 스타가 힘찬 사운드의 원투펀치라면 청춘의 불안을 노래한 29와 사랑하는 존재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항성통신은 묵직한 어퍼컷이다. 사운드가든, 콜드플레이, 니르바나, 오아시스 등의 존경을 가사로 담은 슈퍼노바!는 음악적 야심이 응축된 카운터펀치다. 이 밖에도 박재현이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그린필즈, 소품 같은 짧은 노래 스노우맨 인 더 버스탑, 엔딩곡에서 나무랄 데 없는 조용하고 완전히 영원히 등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는 수록곡에 빠져들면 극장을 떠나기가 싫어진다.

이달 14일 정규 1집 쇼케이스 공연을 하루 두 차례 성황리에 마친 너드커넥션은 12월 31일, 1월 12일 서울 한강대교 노들섬 라이브하우스에서 단독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어서 코로나가 사라지고 스탠딩석의 관객들이 환호성을 마음껏 지르는 장소에서 공연하자는 것이 이들의 바람이다. 자신들의 음악 구호라는 ‘어두운 세상 따뜻한 노래’가 더 멀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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