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별 보는 걸 좋아해. 그래서 템플스테이에서도 밤하늘의 별을 많이 봤다. 다음에는 체험형이 아니라 휴식형으로 가서 별을 보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문과이긴 하지만 교양으로 천문학 관련 교양을 꼽기도 했다. 물론 너무 과제가 어려워서 고생은 했지만슬프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 별을 보면 상상도 못할 만큼 넓은 우주에서 티끌만큼도 없는 내가 사는 세상이 슬프면 얼마나 슬프고 힘들면 얼마나 힘들까, 내가 복잡하게 살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에 위로하기도 하고 동시에 초라해 보이기도 하고 나의 슬픔과 괴로움이 갑자기 작아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이건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꼭 이렇게 느낄 거야. 어쨌든 이런 이유로 별 보는 걸 좋아해.
배운 것을 돌아보거나 읽으면서 별에 대해 생각해 보자는 취지로 천문학 콘서트를 읽게 됐다. 책을 읽다 보면 우주에 별이 몇 개 있는지(정확히는 현재 망원경으로 최대 몇 개 볼 수 있는지지만), 은하에서 가장 가까운 은하까지의 거리는 얼마나 되는지 등 엄청나게 많은 수치가 나오고 그 모든 수치는 상상할수록 훨씬 더 많이 느껴져 웬일인지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이 시시하게 느껴진다.이 밖에도 누가 어떻게 무엇을 발견했는지, 우주관이 어떤 흐름으로 변화해 왔는지, 현재 우주관은 무엇인지에 대한 내용도 나와 있지만 특별한 흥미를 끌지는 못하고 있다. 그리고 아까 얘기했던 아득함은 내가 바쁘게 살거나 바쁘게 지낼 때 더 와닿는 것 같다. 학기 중에 천문학 수업을 받다 보면 정말 그 수가 얼마나 큰가를 생각해 보면 정말 우주는 거대하다는 것을 입체적으로 느끼면서 훨씬 멀리까지 와버리는데 지금은 방학이라 소일삼아 집에서 빈둥거리고 있어 아득하면서도 슬픈 그 느낌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 것 같다. 늘 열정맨과 자포자기 양극단을 넘나드는 내 성격이 문제인 것 같다. 그리고 지금은 자포자기.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지문이 아마 수능 과학문제의 형태임을 알 수 있다. 그것도 좀 난이도 있는 과학 예문 그렇다고 수능 공부를 한다고 해서 이 책을 읽는 것은 정말 비효율적이긴 하지만. 어쨌든 그렇게 인문적인 요소가 많고 천문학 지식이 없어도 대부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교양서라는 것이다. 물론 배경지식이 있으면 훨씬 쉽겠지만. 평소 뉴스나 각종 글에서 은하의 크기는 얼마이고, 빛의 속도는 얼마인 등 우주 관련 이야기를 할 때마다 어떻게 한눈에 드러나지도 않는 우주의 수치를 잰단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 책을 읽으면 상당 부분 의문이 풀리기도 한다.
나처럼 별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지만 너무 전문적인 지식이 들어 있지 않은 인문학 책을 찾는 사람, 그리고 우주관의 역사를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