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013 갑상선세침검사(조직검사) 리뷰와 고무덕

8월 31일 회사 복지의 일환으로 진행한 건강검진 결과를 추석 전쯤에 받았다.갑상선 초음파 유소견이 있었던 결과지에 당황하면서도 “별거 아닐 것”이라며 잠시 후 결과 상담 예약을 잡았다.

처음에는 건강검진 받은 곳이 멀어서 근처 병원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큰 병원을 찾아보니까 좀 그렇고 어떤 병원을 가야 할지 몰라서 결국 검진받은 곳으로 전화를 했다.

결과 상담 예약 전화를 할 때 주말에 상담을 받으려 했지만 조직검사 가능성이 있어 주말에 예약을 잡아줄 수 없다는 답변에 당황했다. 결과지에 미세 바늘 흡입 생검이 어떻게 적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조직검사라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전화를 더 일찍 했어야 했구나’ 싶었다. 가장 빠른 날짜도 1~2주가 지나야 있다는 말에 우선 가장 빠른 날짜를 잡아달라고 했는데 9월 중후반에 전화했는데 10월이 지나는 날에 놀란 기억이 난다.(사실 10월초로 정했는데 회사에서 일이 있어서 일주일이 지나서 오늘로 예약을 한번 변경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예약일이 다가오면서 마음이 편치 않게 됐다.지난주까지만 해도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이번 주에는 잠들기 전에 갑상선 결절과 갑상선 석회화를 시작으로 갑상선암에 대한 내용까지 찾으면서 쉽게 잠을 못 잔 것 같다.그리고 찾아볼수록 또 생각한 게 ‘아, 내가 암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또래인데 암에 걸렸다는 사람들. 내 결과 종이와 비슷한 말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걱정이 배가됐고 두렵고 불안감이 서서히 올라왔다.’암이면 어떡하지’, ‘암이면 엄마한테 어떻게 얘기하자’는 생각과 함께 눈물이 새는 밤도 있었다.

이런 며칠을 견디고 오늘 검사를 받고 왔다.망원역에서 멀고 먼 잠실까지 가. 건강관리협회 강남지부에서. 검사를 받았다.

어제 예약안내 전화로 들은 대로 우선 5층으로 올라갔다.건강검진용 옷을 입은 사람들 사이에서 사복을 입은 내가 세침검사를 받으러 왔다며 초음파 대기 장소에서 기다렸다.기다리면서 마음이 흐트러진 마음으로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나 병원 왔대. 저번에 말했던 갑상선 추가검사 받으러 왔는데 떨리대.이렇게 투덜거리면서 친구 괜찮다고 해서 나를 부르는 선생님을 따라 초음파실로 들어갔다.

들어가서는 먼저 이전 갑상선 초음파 영상을 보면서 갑상선이 어떤 것인지부터 내 현황과 세침 검사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결절이 어떤 것인지, 어떤 모양인지 미세 석회화 사진은 어떤 것인지 볼 수 있었다. 저런 게 내 목 안쪽에 있어.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저게 암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세침검사에 대해 물을 때는 또 무서웠다. 인생에서 목에 바늘이 들어온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아무리 얇다고 해도 바늘로 찔러 세포를 흡입한다는 말을 들을 때 또 무서웠다.그럼에도 설명을 듣자 암의 매우 전형적인 형태를 띠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내가 암일 가능성은 5~15% 확률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음, 지금까지 병원에서 내 몸 상태에 대한 설명을 이렇게 길게 들은 적은 처음이었어. 나는 항상 건강한 사람이었는데. 어떤 건강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설명이 끝나고 검사 동의서에 사인을 할 때 기분이 이상했다. 그리고 침대에 누울 때는 다시 새롭게 실감이 났다. 가뜩이나 무서워했는데 더 무서운 상황이었다.

검사가 어떻게 이뤄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검사가 시작되자 나는 그냥 눈을 감았다. 마취를 하고 바늘을 꽂은 것 같지만 생각보다 금방 끝났고 그리 아프지는 않았다. 설명해주실 때 갑상선 뒤라 근육을 찌르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고 해서 더 긴장했지만 생각보다 괜찮았다.) 끝난 뒤 누운 채 지혈면을 대고 5분 동안 밴드를 끼고 나왔다.검사가 끝났다고 마음이 편해지는 순간이었다. 확실히 마음이 편해졌다. 목에 바늘을 꽂는 검사라는 게 겁에 질린 상황의 큰 축을 담당한 것 같다.

검사가 끝난 뒤에는 3층으로 가서 결과 상담을 받았다.검사지에 소소하게 있던 문제에 대해서 간단히 듣고(소변검사에서 케톤체가 검출되었다든가… 평균 혈소판 용적과 혈소판 백문률이 평균치를 약간 웃돈다든가 하는 문제.. 갑상선 초음파를 다시 한번 보여주시고 소변검사와 갑상선피검사를 추천해주셨다.

케톤체가 검출되는 것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배고픔이 원인일 수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 실제로 검진일 검진은 오후 예약이었지만 전날 7시쯤 저녁을 먹고 나서는 내내 아무것도 먹지 않았던 날이어서 이해가 갔다.

상담 후 추가 검사에 대한 수납을 다시 한 뒤 다시 5층으로 올라가 소변검사와 채혈을 했다.채혈…간호사 선생님이 처음에 채혈못했어…확실히 채혈전에 혈관이 잘 보인다고 해놓고…!!오른팔로 다시 채혈했기 때문에 양팔에 밴드를 달아놓은 상태다. 후후

이제 12주 더 기다릴 시간이다. 검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갑상선 조직검사 결과가 좋으면 전화로 결과를 물어보고 나쁘면 내원하겠다고 했는데 제발 좋은 결과였으면…!29살에 암 수술을 해서 병원 신세를 지고 싶지 않다.

#한국건강관리협회강남지부 #갑상선세침검사 #갑상선조직검사 추가검사가 모두 끝나고 집에 가려고 했지만 지하철로 다시 방향을 바꿔 러버덕이 있다는 석촌호수로 향했다.

러버덕. 평화와 행복의 상징이라던가.추가 검사에 심란했던 마음이 멀어 보이는 거대하고 귀여운 오리로 인해 녹아내렸다.거대하고 귀여운 오리. 샛노랗고 눈길을 끈 이 오리가 오늘 내 기분을 바꿨다.

마음이 너무 불편했는데 안 좋았는데 분명. 러버덕을 보고 내 눈은 싱싱했다. 기분이 좋았다. 러버덕. 평화와 행복의 상징인 것 같다.

#러버덕 #석촌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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