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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기 증후군’이 있어요. 방학이 끝나고 새 학기 시작 직전에 심리적 불안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을 말씀하시는 건데요. 학교 가기를 두려워하거나 거부하는 증상이 심한 아이들이 있습니다. 여느 여름방학보다 긴 겨울방학이 끝나고 새 학년이 올라가기 직전 심리상담실을 찾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주요 증상은 두통이나 일반 병원에 가면 이상이 없다고 합니다. 긴장 상태가 심할 경우 복통과 함께 설사 증상을 보이기도 하고, 새 학기에 대한 회피 반응으로 무기력한 모습과 피로로 많은 시간을 자기도 합니다. 현직 초등교사이자 초등교육 전문가인 김선호 선생님이 신학기증후군을 앓는 아이들과 함께 코로나19에 너무 익숙해 집에만 있기를 바라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동굴 속의 아이들

요즘 아이들이 겪는 신학기 증후군에서는 이전과는 조금 다른 특징이 나타납니다. 지금까지는 주로 학교 적응에 대한 공포가 신학기 증후군의 큰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새로운 선생님과 적응해야 하며 더 어려워진 교과과목에 대한 학습을 해야 하는 등 전반적인 학교생활에 대한 스트레스가 원인이었습니다. 입학하는 어린 학생들은 분리 분안의 요인도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여기에 ‘동굴증후군’이 추가되었어요.
동굴증후군은 미국 정신과 전문의 아서 브레그먼(Arthur Brgman) 교수가 가리키는 용어로 원격수업이나 재택근무 등으로 집 밖에 거의 나가지 않은 채 생활하다 보면 집에 머물 때만 안정감을 느끼고 밖으로 나가는 것을 불필요하게 하거나 귀찮아하고 불안해하는 증상을 말합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집에 오랫동안 칩거하는 것에 대한 큰 만족감이 오히려 집 밖에서의 생활을 두려워하고 기피하게 만드는 것입니다.아이들에게 영향력이 큰 동굴증후군

걱정해야 할 것은 이런 동굴 증후군이 어른보다 아이들에게 영향력이 크기 때문입니다. 우선 신학기 증후군과 동굴 증후군이 겹치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학교생활 부적응에 대한 불안과 집에서만 느끼는 강한 안정감이 혼자만의 동굴에 대한 강한 애착 또는 집착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이는 코로나19보다 무서울 정도로 자녀의 삶에 오랫동안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코로나19는 집단면역이 형성되면 언젠가 극복될 대상입니다. 하지만 한동안 뇌가 성장하고 변화하는 아이들에게 외부와 단절된 동굴 생활에 대한 탐닉이 과도하게 각인된다면 그 영향은 평생 지속될 수 있습니다. 이는 어떤 면역을 통해 벗어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칫 뗄 수 없는 강한 중독처럼 자리잡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자존감이 매우 낮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존감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소로는 ‘자기안정감’, ‘자기효능감’, ‘자기조절감’이 있습니다. 이 중 ‘자가 안정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시기에 위협을 받았습니다. 이제 아이들은 집 말고는 안전하다고 느낄 공간이 하나도 없는 상황이 된 겁니다. 학교, 학원, 편의점, 학교 앞 떡볶이집, 문구점 등 학교 근처에서 아이들이 혼자 자주 다니던 곳도 이제는 늘 불안하다는 요소를 붙이고 있습니다.
이렇게자기안정감이낮아지면이것은장기적으로자존심에영향을미칩니다. 이런 상황에서 동굴증후군까지 겹치면 평생 자존감이 낮아질 위험을 안게 됩니다. 자존감이 낮아지면 타인과의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결국 외부 활동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매우 소극적이 됩니다.동굴이 편한 아이,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이미동굴생활에적응한자녀라면부모가무엇을해줄까요? 일단 가까운 공원 등 자연에서 산책하는 것이 좋습니다. 산책은 타인과의 직접적인 접촉은 없지만, 밖에서 걷는 활동을 통해 일단 집 밖으로 나가도록 하는 효과가 있지요. 이때 아이를 데리고 걷기 운동처럼 빠르게 걷기보다는 아이가 주변으로 시선을 돌릴 수 있도록 여유를 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나무를 보거나 가까이 다가가 만져보고 곤충이나 기타 생물의 움직임을 보거나 잡는 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방콕’보다 즐겁고 재미있는 일이 외부에 있다는 것을 다시 인식시키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아이와 대화도 필요합니다. 대부분 대화를 한다면 부모가 일방적으로 질문을 계속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힘든 점이 뭐야, 학교에 가게 되면 누구를 위해 가장 어렵다, 숙제는 제대로 하고 있느냐’ 등 끊임없이 아이에게 묻고 그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초조해 하고 있어요.
중요한 것은 질문과 대답이 오가는 상황의 대화가 아니라 ‘교감’하는 것입니다. 많은 대화를 하지 않아도 아이의 괴로움에 공감하는 눈빛을 보내거나 아이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거나 꼭 안아주는 그런 제스처만으로도 ‘교감’이 이루어집니다. 그 교감은 말하지 않았지만 아주 훌륭한 대화 역할을 할 수 있어요.
또한 아이가 방에만 있다고 소리치거나 다그쳐서는 안 됩니다. 밖이 안전하다고 느끼게 해주는 것이 우선입니다. 누구나 새로운 환경에 접근하는 것은 긴장되고 어려운 일이라고 말해주세요.
현상에 너무 안주하거나 익숙해져 버린 아이에게는 외부 활동으로 얻는 즐거움이 많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야외 갯벌체험 등을 추천한다. 갯벌 속 동굴에서 머리를 내밀고 용감하게 돌아다니는 다양한 생물들의 역동성을 볼 수 있습니다. 도심 외곽에는 승마체험을 할 수 있는 곳도 있습니다. 말은 사람과의 정서적 교감이 매우 높은 동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두 번의 체험도 좋지만 기회가 된다면 일주일에 한 번씩이라도 몇 달 정도 정기적으로 배움의 기회를 가지면 정서적 교감 능력뿐만 아니라 외부로 나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상당 부분 극복할 수 있습니다.누구나 자신만의 동굴은 필요합니다. 어른이나 아이나 다 똑같아요.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동굴에서 휴식을 취하고 언제든지 밖으로 나가 활동을 하면서 성취감을 얻는 경험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용기와 적응력이 필요합니다.
초등학교 때 동굴에 머무는 데만 너무 익숙해지면 문 밖의 세계는 그저 무서운 존재가 되어 버립니다. 코로나19보다 무서운 것은 아이들이 자기 방 동굴에만 갇혀 버리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뇌는 한번 각인되면 수정하기가 너무 어려워요. 앞으로의 주말에 자녀와 함께 가까운 공원을 산책하는 것부터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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