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위성과 AI로 바다로 떠나는 ‘노예선’

신문은 선생님[재미있는 과학] 인공위성-AI로 바다위의 노예선 찾아냅니다 입력: 2021.01.27 03:30

해상 불법 행위 감시

바다에는 하루도 많은 어선들이 쉴새없이 고기를 잡습니다. 전 세계 어선 수는 456만 척에 달합니다 그런데 멀리 떨어진 바다에서 일하다 보니 감시하는 눈이 없어서인지 어선에서 일하는 선원들 중에는 노예처럼 학대를 받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해요. 하루 18시간 일해야 하는데 월급도 제대로 안 주고, 말 안 들으면 때리고, 아파도 치료도 안 해주는 일이 종종 생긴다고 합니다. 오죽하면 국제 공동 연구팀이 인공위성과 인공지능을 활용해 전 세계 어선 중 14~26% 정도 배에서 강제 노역이 일어나고 있다며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겠습니까? 그 많은 어선 내부를 다 눈으로 본 것도 아닌데 어떻게 강제노역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겠습니까.

◇노역선 어떻게 구분했나

연구를 한 곳은 미국 샌타바버라대(UCSB) 해양과학연구소 가빈 맥도널드 교수팀과 민간단체(NGO) 글로벌 어업 감시(Global Fishing Watch)였습니다. 우선 이들은 과거 노동 학대가 일어났던 선박 22척의 움직임을 데이터로 정리하고 특징을 분석했습니다. 그랬더니 다른 선박과 다른 움직임이 발견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잡는 날도 많았고 잡는 시간도 길었어요. 공해에서 세계의 64%를 차지하는 공해에서 잦은 작업으로 다른 배들보다 항구에서 더 떨어져 조업했기 때문에 엔진 출력도 높았다고 합니다. “이것이 총 27종이나 되며, 이것을 AI에 입력한 후, 2012-2018년 전 세계를 주유한 어선 1만 6000척을 분석했습니다”

▲/그래픽=안병현이 배가 어떻게 다니는지는 환경 관련 위성사진 분석단체인 스카이툴루스와 구글 등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그들이 조사에 사용한 인공위성에는 몇 가지 첨단기술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우선 배가 다른 배와 부딪치는 것을 막기 위해 현재 위치를 송신하는 자동식별시스템(AISAutomatic Identification System)이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선명과 속도 등의 정보를 자동으로 수집하여 이 배가 어디로 가는지를 알 수 있게 합니다. 또한 위성레이더 기술도 사용했습니다. 3개의 위성레이더를 이용해 하늘에서 바다로 차례차례 전파를 발신하고, 이 전파가 배에 부딪혀 돌아오는 시간차를 이용해 선박의 위치와 크기, 이동경로를 추적하는 시스템입니다. 자동차 내비게이션과 비슷해요. 구름이 낀 흐린 날에도 어선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고해상도의 광학 이미지 기술도 들어가 있어 밤에는 배의 불빛을 통해 위치를 파악하는 고감도 적외선 감지 기술도 있습니다. 물이 샐 틈도 없이 어선의 움직임을 지켜볼 수 있는 것입니다.

◇오징어·참치잡이 배 많아

그 다음 AI가 1 만 6000 척의 움직임을 열심히 분석해 보니 최소 2300 척, 최대 4200 척(14~26%)이 강제 노역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뭔가 그 전에 문제를 일으킨 배들과 비슷하게 물고기를 잡고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들 어선은 최소 5만7000명에서 최대 10만명의 선원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엄청난 인원입니다. 연구팀은 이 결과가 93% 정확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특히 강제 노역이 많은 배는 오징어잡이 어선이 많다고 합니다. 오징어낚시는 보통 긴 낚싯줄에 여러 개의 낚시를 달아 물속에 늘어뜨리는 연승어선은 시설이 필요없고 오래된 배가 많아 업무환경이 좋지 않다고들 합니다. 게다가 오징어 낚시는 주로 밤에 하기 때문에 더 열악합니다. 연구팀은 오징어잡이 어선 가운데 7080%가 강제노동이 의심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연승어선의 참치어선도 마찬가지입니다 2019년 끔찍한 일을 저질러 해상에서 한국군에게 붙잡혀 논란 끝에 북한으로 추방된 선원들도 오징어 낚싯배를 타고 있었습니다

사실 연승어선 가운데 강제노역이 많은 것은 중국과 대만 배가 가장 많습니다. 한국도 만만치 않고 일본도 상당한 나라라고 합니다. 이번 분석을 위해 기초 자료로 사용된 강제 노역이 적발된 22척 중 7척은 한국 배였습니다

연구팀은, 이 연구 결과를 학술지(미국 국립 과학원 회보)에 게재했지만, 강제 노역이 일어나고 있다고 판단한 배가 구체적으로 어느 나라의 무슨 배인지는 가르쳐 주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더 정확도를 높여서 알려주겠다고 했대요

◇ 동해에 오징어 잡는 중국

이번 연구에 참여한 글로벌 어업감시는, 강제 노동 선박 외에, 다른 조사도 실시했습니다」와 같이 인공위성을 활용해, 한국 해양수산 개발원,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일본 수산 연구 교육기구와 공동으로 2017-2018년에 북한의 동해상에서 중국 어선의 움직임을 살폈다. 그러자 중국 배가 불법으로 오징어를 잡아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고 합니다.

북한의 동해( 일본해)은 유엔 제재로 다른 나라 선박은 못 들어가는데 중국 선박은 2년 동안 1600척이나 몰래 들어왔다고 한다. 그곳에서 오징어 16만4000t, 4억4000만달러(약 4870억원)어치를 잡는 바람에 북한 배는 오징어가 없어 러시아 연안까지 가야 할 판입니다.

바다에서도 이처럼 인공위성이나 AI와 같은 기술이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새로운 변화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현자 과학칼럼니스트 기획·구성=최원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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