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방사선 공격! 인공위성의 DNA를 지켜라

1989년 3월 13일 극지방에서 극도로 강렬한 오로라가 관측됩니다. 전설의 용처럼 꿈틀거리는 거대한 오로라는 남쪽 먼 텍사스와 플로리다 지역에서 육안으로 보일 정도였습니다. 냉전이 끝날 무렵 사람들은 또 다른 핵 선제 공격이 아닐까 우려했고, 또 누군가는 그날 오전 9시 57분에 발사된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가 이 오로라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지구를 덮치는 태양 폭풍 전날 밤임을 알기까지는 불과 몇 시간.

2010년 NASA가 공개한 태양 표면 폭발 사진 <사진의 출처=NASA> 태양폭풍은 유럽에서 러시아로 향하는 라디오 무선 신호를 교란하면서 불통되었습니다. 전하를 띤 입자 방사선과 전자가 강력한 전기 전류를 유도하면서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것도 탐지됐습니다. 극궤도를 돌고 있던 몇몇 인공위성은 몇 시간에 걸쳐 제어력을 잃었습니다. 기상 위성 통신이 중단되고 영상은 손실됩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TDRS-1 통신위성에는 민감한 전자장치로 유입된 입자가 급격히 증가해 단숨에 250개가 넘는 이상 데이터를 기록합니다.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도 그날 연료전지에 수소를 공급하는 탱크의 한 센서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압력 수치를 보였습니다. 지구 자기장 변화로 캐나다 퀘벡 지역은 불과 90초 만에 모든 전력이 사라지고 9시간의 대규모 정전을 맞이합니다.

태양 흑점 폭발로 대방출된 우주 방사선이 지구 자기장을 교란하면서 일어난 재난이었습니다. 지구 자기장이라는 따뜻한 이불 속에 들어 있던 지구는 극한 우주 환경의 위력을 체감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우주로 보내는 인공위성은 이러한 우주방사선에 매초, 매시간 노출되어 있습니다. 전자 부품 덩어리인 인공위성은 어떻게 이런 우주 환경을 몇 년 동안 견딜 수 있을까요?우주 방사선, 지구 방사선의 100배, 우리는 평생 방사선에 노출됩니다. 한 사람이 1년간 노출되는 자연방사선은 2.4mSv(밀리시버트), 비행기를 타고 유럽여행을 한 번 다녀오면 0.07mSv, X선 촬영으로 받는 선량은 약 0.39mSv. 방사선 피폭으로 사망까지 이르려면 한 번에 7000mSv의 방사선을 맞아야 합니다.

우주 방사선은 차원이 다릅니다. 전자파의 형태인 생활 방사선과 달리 우주에서 노출되는 방사선은 개별 입자에 도달합니다. 투과율이 높은 고에너지 방사선입니다. 수십 KeV(킬로전자볼트)에서 수백 GeV(기가전자볼트)까지 다양한 에너지 수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1시벨트는 ㎏당 12 MeV에 6.2 에너지를 더한 양입니다. 암 치료에 사용되는 고출력 방사선 치료기가 6 MeV인 것을 고려하면 우주 방사선 입자의 에너지가 어느 정도인지 추측할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 원자력 물리 연구소는 우주비행사가 지구의 100배의 방사선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우주비행사는 지구보다 100배 많은 방사선에 노출된다. <사진 출처=NASA>의 발생원에 따라 입자의 소스도 제각각입니다. 크게 태양의 활동으로 분출하는 태양우주방사선, 초신성의 폭발 등에 기인하여 외부은하에서 오는 은하우주방사선으로 구분됩니다. 입자는 전자, 양성자, 중이온 등으로 구성됩니다. 각 입자에 따라 에너지 레벨이 다릅니다. 은하 우주 방사선의 중이온이 가장 크고 태양 우주 방사선을 구성하는 양성자, 전자 순입니다. 에너지의 크기에 따라 미치는 영향도 다릅니다. 태양 방사선은 은하 방사선에 비해 선량한 수준입니다. 비행기 내 피폭에서 은하 우주 방사선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95%에 달합니다. 그만큼 투과율이 높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이 입자들은 우주 공간에 매우 산발적으로 분포하고 있습니다.인공위성 DNA를 교란시키는 우주방사선 지구와 우주가 가장 다른 점이 바로 이 우주방사선입니다. 달에도 화성에도 지구처럼 방사선을 걸러내는 자기장은 없습니다. 그럼 방사선에 그대로 노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인공위성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1989년 태양우주방사선이 각종 전력공급망을 고장낸 것처럼 인공위성에서도 전자장비가 가장 큰 피해를 봅니다. 어떤 방사선 입자에 노출되느냐에 따라 손상이 달라집니다. 에너지 대역이 낮은 입자는 위성 기기 표면에 영향을 미칩니다. 전하가 쌓이면서 스파크를 일으키는 정전기 방전(ESD, Electro-Static Discharge) 상황이 발생합니다. 에너지 대역이 큰 입자는 인공위성 깊숙이 침투합니다. 내부의 전기 전자 소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인체의 DNA를 교란해 암을 유발하도록 피격량에 따라 인공위성의 전기적 성질을 바꿔 놓습니다.

가장 취약한 부분은 반도체로 된 전자 소자입니다. 인공위성은 크게 능동부품과 수동부품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능동 부품이 인공위성의 핵심 기능을 담당합니다. 반도체 기반의 전자회로를 구성하는 다이오드, 전류나 전압의 흐름을 조절하는 트랜지스터, IC, CPU 메모리, 증폭기, 송수신기 등 특정 기능을 갖고 있는 부품입니다. 주요 핵심 부품이 모두 반도체로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카메라도 렌즈는 유리지만 센서는 반도체입니다. 우주 방사선은 이러한 부품에 침투하여 신호 레벨을 낮추고 전류 전압의 특성을 바꿉니다.

엉뚱한 데이터를 보내기도 합니다. 위성의 유닛을 동작시켜 통신할 때, 모든 정보가 1.0.1.0의 디지털 데이터로 도착합니다. 우주 방사선에 맞으면 1이 0이 되고 0이 1이 되는 오류가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스위치는 분명히 켜져 있지만 오프라는 데이터가 도착합니다. 어떤 임무 명령을 내렸는데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영상의 이미지가 손상되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자부품 아니면 영향이 없을까요? 피해는 적지만 마치 녹슬듯이 재료의 특성도 점차 변질됩니다.

인공위성의 임무에 따라 방사선의 영향도 다릅니다. 미션에 따라 궤도 높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높은 궤도에 오르는 위성일수록 고에너지 방사선 피탄의 위험성이 높습니다. 주로 통신위성, 정지궤도 위성이 고궤도(1만4만km)로 돌아옵니다. 지구자기권에서 조금 떨어지거나 외곽쪽에 속합니다. 고궤도 위성은 지구 자기장의 혜택을 거의 받지 않고 은하 방사선과 태양 방사선에 그대로 노출됩니다. 특히 고에너지 입자는 인공위성의 전자 부품을 순간적으로 파괴할 수 있습니다. 고출력 방사선을 조사하여 암세포를 죽이는 것과 같습니다. 지구 자기권 내의 저궤도에서 도는 위성은 이러한 고에너지 은하 방사선의 피해는 적습니다. 대신 지구 자기권 안에 갇혀 있는 태양 방사선 입자가 인공위성에 축적되어 오는 피로감이 커집니다.우주방사선으로부터 위성을 지키는 세 가지 방법 우주방사선으로부터 인공위성을 지키지 못했다면 인류는 50여 년의 우주개발 역사를 이어갈 수 없었을 것입니다. 언뜻 보면 원자력 발전소의 방사선 차폐 방법이 떠오릅니다. 두꺼운 납과 콘크리트로 덮어 침투를 막는 것입니다. 하지만 인공위성에 그렇게 무거운 자재를 사용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죠. 대신 여러 방법을 동원하겠습니다. 크게 보면 방사선 시험 분석을 통한 차폐 설계, 데이터 보정 설계, 이중화 설계의 세 가지 방법을 사용합니다.

방사선 시험에서는 조사량에 따라 전기 전자 부품의 특성이 어느 정도 영향을 받는지를 분석합니다. 각 부품이 임무 궤도의 방사선량에 적합한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시험하는 것입니다. 방사선 시험장치는 원자력 시설과 동일한 요건을 충족해야 하므로 특수 자격을 갖춘 전문가, 전문 시설에서 실시합니다. 주로 국내에서는 방사선 누적으로 인한 영향을 시험하고 일시적인 고에너지 방사선에 대한 시험은 해외 조사 시설에서 이루어집니다.

유럽연합(EU)이 지원하는 SR2S 프로젝트에서는 우주방사선으로부터 우주선과 우주인을 보호할 수 있는 자기방패를 개발하고 있다. <사진 출처=EU> 인공위성의 차폐 설계는 까다롭습니다. 무조건 두껍게 하면 무거워지고 가볍게 하면 차폐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무게와 차폐, 양쪽 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 트레이드오프, 즉 상반된 관계입니다. 만족스러운 차폐율을 가진 중량을 찾아 차폐 설계를 합니다. 모든 전기 전장 유닛은 외부 하우징 설계로 다시 커버합니다. 가볍고 차폐효과도 좋은 소재로는 알루미늄을 사용하는데요. 효과로만 보면 납이나 콘크리트가 더 좋지만 무게가 발사 비용과 직결되는 인공위성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절연 전선 다발의 하니스(harness)는 가급적 외부 노출 없이 설계합니다. 간혹 안테나를 펼칠 때 배선이 우주환경에 노출돼야 하는 경우에는 하네스의 절연체 등에 방사선 특성을 고려한 소재를 사용합니다.

100% 완벽한 차폐란 있을 수 없습니다. 특히 고에너지 은하 방사선은 예측할 수도 없고 차폐를 모두 관통하게 됩니다. 따라서 방사선의 영향을 완화할 수 있는 경감 기술을 사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위성과 지상국이 데이터로 명령을 주고받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데이터 에러가 발생했을 경우에 대비하는 「데이터 보정 설계」각 메모리를 통해 읽고 쓰는 데이터의 에러를 검출하고, 이것을 기록합니다. 각종 기능 로직의 건전성을 확인·분석하기 위해서 관련 정보를 계속 수집·보존합니다. 데이터 몇 비트가 얼마나 오류가 났는지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가벼운 오류는 대부분의 경우 위성 스스로 해결합니다. 예를 들어, 데이터가 16비트라면 24비트로 늘려 보정할 수 있는 코드를 사용합니다. 데이터의 기록을 통해 우주 방사선의 영향을 얼마나 받았는지도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중화 설계도 대책 중 하나입니다. 지상 시험에서 아무리 걸러도 우주 환경은 예측할 수 없습니다. 고에너지 방사선에 부딪히면 작동이 완전히 멈춰 버릴 수 있습니다. 이때 복구 작업을 하게 됩니다. 똑같이 만든 잉여 부품, 즉 이중화된 유닛의 같은 부품에서 고장난 부품의 기능을 대체합니다. 쉽게 말하면 인공위성의 동작 유닛을 바꿔주는데요. 지상에서는 위성 상태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동작 유닛이 바뀌고 있는 경우에는 문제의 원인을 분석해 원격으로 명령을 내리고 다시 원래 동작 유닛으로 복구하는 작업을 수행합니다. 우리의 인공위성은 이러한 문제 발생 확률에 대해서도 분석하여 설계 요건을 충족합니다.

인공위성 태양전지판은 우주방사선에 의해 효율이 떨어지는 점을 고려해 솔라셀 개수를 늘려 설계한다. 사진은 아리랑 2호 비행 상상도.태양 전지 패널은 방사선 해석을 통해 설계되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전지 패널을 구성하는 태양 전지 셀의 여분의 것입니다. 태양열을 받은 전지판은 전기에너지로 변환하여 위성에 전력을 공급합니다. 전지판의 크기에 따라 생산되는 전력량이 결정됩니다. 방사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전력 변환 효율이 저하됩니다. 따라서 태양 전지 패널에서 생산되는 전력이 지속적으로 감소합니다. 즉, 전압이나 전류가 서서히 감소합니다. 태양 전지 패널의 크기는 우주 방사선에 의한 효율 저하를 계산하여 결정합니다. 쉽게 말해 감소하는 전력량을 고려하여 솔라셀을 더 많이 켜는 것입니다.우주방사선에 맞은 위성, 최근 우리천리안 1호는 고에너지 우주방사선 입자를 맞아 복구 작업을 한 차례 했습니다. 지난 5월 천리안 위성 1호는 고에너지 방사선 입자에 맞아 며칠간 기상 관측이 난항을 겪었습니다. 연구진은 꼬박 4일간 복구 작업을 해야 했습니다. 천리안 1호는 국내 최초의 공공정지궤도 위성으로 통신·해양·기상 3가지 기능을 통시 탑재한 복합위성입니다. 약 3만 6,000km의 적도 상공에서 임무를 수행합니다. 은하 방사선의 영향이 큰 고궤도 위성이라는 점이 피격 위험을 높이기도 했지만 우울증에 빠진 태양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태양은 11년 주기로 7년의 극대기, 4년의 극소기를 꿉니다. 현재 태양계는 태양 활동이 매우 저조한 극소기를 지나고 있으며, 이때를 틈타 은하 우주 방사선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천리안 1호는 고에너지 우주방사선 입자를 맞아 복구 작업을 한 차례 진행했다.천리안 1호의 임무를 계승하는 천리안 2호는 지난해 12월 발사됐습니다. 천리안 2호는 1호 대비 해상도 4배 이상, 관측 주기 3배 이상 등 성능을 높이고 이와 함께 우주 방사선 측정을 비롯한 우주 기상도 관측합니다. 우주 날씨 관측은 이제 막 시작했는데요. 나날이 발전하는 차폐, 복구 기술과 함께 변덕스러운 우주 환경 속에서 우리 위성이 우리 위성을 사수할 날이 기다려지네요.

기획/제작 : 항공우주 Editor 오요한 자문/감수 : 위성본체개발부 조영준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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