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혜의 나라> 서울에 취업 준비생으로 살겠다는 성혜. 그에게는 아르바이트가 생활의 전부다. 의지할 사람조차 없기 때문에 그저 힘들어서 자신의 몸을 이끌고 살아갈 뿐이다. 흑백의 <성혜의 나라>의 성혜는 웃을 일조차 없는 일상을 묵묵히 견뎌나간다.
그래서 인터뷰를 위해 만난 손지인 배우가 만면에 웃음을 띠자 저도 모르게 안도했다. 마치 영화 속 성혜가 품지 않은 미소까지 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글로는 그 미소를 다 옮길 수는 없지만 성혜를 응원했던 관객들에게 영화의 여운을 다시 전달하기 위해 2월 20일 있었던 손지인 배우와의 대화를 자세히 전해본다.
처음 주연을 맡은 영화인데 촬영부터 개봉까지 쉽지 않았을 거예요. 개봉 소감이 궁금해요.개봉까지 오래 걸려서 기다리는 동안 힘들었겠다, 이런 얘기 많이 하시는데 저는 사실 하나도 힘들지 않아요. 그래도 공개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기뻐요 크라우드펀딩으로 관객 여러분이 후원해 주신 것도 감사합니다.
영화를 봤을 때, 이 영화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의 심정이 가장 궁금했어요. 배우로서의 대사도 적어 감정이 흔들리지 않는 영화가 더 힘들었을 테니까요.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시나리오가 없었어요. 5행 시놉시스 감독님께서 자세히 말씀해 주셨는데 공감하고 출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도대체 내가 이걸 뭘로 채워야 되지?’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게다가 흑백으로 찍는다고 하니까 제가 더 잘해야 할 것 같아서 걱정이 됐어요.
감독님은 흑백으로 찍는 이유를 어떻게 설명했어요?성혜의 인생이 흑백이라고 생각했어요. 단조롭고 로봇처럼 일만 하고 자고 일하고 자고. 그런 흑백같은 인생이기 때문에 흑백으로 만들고 싶었고 오로지 인물에 집중하는 느낌을 주기 위해 다른 것을 차단하고 싶었다고 하더군요.
완성판 봤을 때는 어땠어요?와, 정말 찍은 게 다 들어있네.(웃음) 독립영화라 현장이 열악해 빨리 찍어야 하니까. 정말 찍을 것만 찍고 이걸 붙이면 130여 명, 필요한 것만 찍더라고요. 이것을 하나의 영화로 보고 나니, 선혜가 이렇게 힘들었구나라고 이해할 수 있었어요.
성혜와 승환 극 중 성혜의 남자친구 승환은 좀 아쉬운 느낌이 들어요. 손지인 배우 본인은 이런 남자친구를 어떻게 관리할 것 같아요?관리 안 할 것 같아요 자기 인생, 자기가 생각하고 살아야지 누가 관리 안 해줄 거예요 너무 화가 나잖아요 물론 그들도 연애 초반에는 너무 좋았겠지만 영화를 보면서 저렇게 얄미운 줄 알았어요.
승환을 연기한 강두 배우는 어떤가요. 승환이와 같이 쾌활한 편이었나요?승환이처럼 밝은 편이지만 승환이보다는 훨씬 배려심이 많아요. 분량이많아서긴장하거나했을때,옆에서격려의말을많이해주거나배려를많이해주시는것같아요.
영화 초반이 로드무비처럼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는 장면이 많았어요 평소에 자전거를 자주 타세요?성혜가 자전거를 항상 타고 일하는 사람치고는 잘 안타잖아요. 제가 자전거 타는 걸 좋아하는데 운동 신경이 없어서 항상 위태롭게 타요. 리허설 때도 그렇게 탔는데 저는 그 느낌이 나쁘지 않았어요 몸이 많이 막힌 사람도 아닌데 구르듯이 탄다는 게 가슴 아파 보이기도 하고. 오토바이는 당기면 달리는 것을 배웠는데 현장에 가면 오토바이가 아니에요. 촬영 날 헌팅했던 신문보급소가 갔는데 문이 닫혀있는 거예요 갑자기 다른 보급소에 갔는데 그대로 거기에 있는 오토바이를 써야만 했어요. 그래서 조연출 분이 대역을 하셨죠 시동 거는 씬은요
이미 배우가 손지인 배우를 지원하기 위해서 출연했다고 들었는데, 요즘도 만날 일이 많죠?지금은 누나가 있어서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가끔은 만나서 이야기를 합니다. 연기적인 고민이 있으면 조언도 들어주는 편이에요. 미드 씨 만날 때 박지영 배우랑 정우희 배우랑 넷이서 같이 만났거든요 만나면 현장에서 많이 힘들었던 점들 얘기하고 위로하고
이미 배우가 나온 장면이 인상적인데 거기서 선혜가 거짓말하잖아요. 손지인 배우라면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했겠어요?저는 너무 화가 나서 더 화가 났을 것 같은데(웃음). 저는 투명인간으로 취급하거나 몸을 망가뜨렸다고 생각합니다. 선혜도 하나하나 얘기하잖아요 성혜도 뒤늦게 솔직하게 말하지만. 저는 아마 처음부터 그랬을 거예요
예전에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다는 인터뷰를 봤어요.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혹은 기억에 남는 아르바이트가 있다면?학생 때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서서 옷 판매를 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서 주저앉았어요.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지고 정말 깜짝 놀랐어요, 다리가 마비돼서 전 정말 큰일 난 줄 알았어요. 엉금엉금 기어가서(웃음) 한참 후에야 일어났어요.
지난해 한국 드라마 런닝맨에 나왔을 때를 보면 승부욕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던데 실제로도 승부욕이 있는 편인가요?그런 타입이에요 명절에 윷놀이하고 집안싸움을 하는 그런 사람입니다. 큰소리치고(웃음) 런닝맨 촬영 전에도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걱정했어요. 예능은 처음이니까 정소민 씨에게 나 어떡해.잠이 안 온다고 했더니 언니 괜찮아요. ‘재미있게 게임하고 와요’. 게임 재밌게 해야 되는데 1등 하고 싶다고요. 소민이 너무 재밌게 하더라고요. 저도 방송 보고 깜짝 놀랐어요 내가 그렇게 엄하게 말했니?
배우 일에도 승부욕이 있는 편인가요?배우의 일은 좀 다른 것 같아요. 그런 면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제가 급하게 욕심을 부리면 그런 게 별로 도움이 안 될 것 같아서 실패하는 것 같아서요.
-최근 기준으로는 배우들이 조금 늦게 시작한 편이잖아요. -그런데 꾸준히 노력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어쩌다 늦게 시작하게 되었는데 일이 재밌어서. 저는 뭐든지 재미있는 일을 하자는 주의거든요. 힘들어도 어차피 할 일 저는 성혜랑 약간 비슷한 게 묵묵히 하는 편이에요 사람들이 직장에 다니면서 더럽고 지저분하지만 그래도 그만두지는 않잖아요. 열심히 하니까요. 배우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잘 안 되는 것 같고 힘들어도 내가 직업으로 삼았으니까 해보자 묵묵히 있으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그런 인생인 것 같아요
<직장의 신> 하고 롤모델로 김혜수를 뽑았잖아요 지금은 달라졌나요?롤모델은 항상 혜수 선배님이시고, 최근 현장에서 만난 선배님들 중 김선영 선배님께 감사드립니다. <때는 포걸스>에서 저의 어머니를 하셨던 분입니다. 현장에서 제가 중간에 끼인 나이였어요. 저는 낯을 가리고 애교를 잘 못하는 편이라 겁쟁이라고 생각했는데 선배님이 먼저 당신은 어떤 애니메이션이라고 얘기하셨어요? 촬영 중반부터 긴장도 풀리고 선배에게 의지하면서 촬영하고. 다음 작품 가서도 연기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어서 전화해서 물어봤어요. 진심으로 길게 얘기를 해줬어요 연기 방법에 대해서가 아니라 제 마음에 대해서 좋은 얘기 많이 해줬어요 그러고 나서 촬영장에 가니까 매운맛은 많이 줄었네요. 너무 예쁜 선배님이세요. 저도 그런 선배가 돼야 하는데전 제 일부터 잘할 거예요.(웃음)
GV에서 인상적이었던 질문 있어요?같은 작품을 보고 호응을 많이 받으시니까 공감하시는 분들도 기억에 남아요. 정말 웃긴 게 관객분들의 직업이나 성향에 따라서 영화를 다양하게 보는 거예요. 부산에서 오신 관객분이 “성혜가 불행한 이유는 성혜의 공간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하셨는데 그분이 건축하시는 분이래요. 어떤분은재무설계사를잘못만난것같다고하십니다. 금융 쪽이었거든요 어떤 분은 기업컨설팅 하시는 분이래요. 그러니까 선혜가 제도적으로 겪는 부당함에 대해서 얘기해주세요. 관객분들이 보니까 그게 <성혜의 나라>를 구성하는 것 같아요. 제가 몰랐던 시선에 대해서 얘기를 해주시는 분들이 기억에 남아요
극중 성혜는 강아지를 보고 소박한 행복을 얻잖아요. 키우는 애완동물이 있나요?고양이를 기르고 있어요. 7년 동안 키웠어요. (성혜의 심정을) 정말 이해할 수 있어요. 원래 2마리였는데 작년에는 1마리가 하늘나라로 가고 저는 고양이를 키워서 많이 변했어요. 긍정적으로 되고 정서적으로 부드러워졌다고나 할까요? 무뚝뚝하고 까다로운 사람인데 고양이 키우는 게 무뎌졌나 봐요.
그 외에도 소소한 행복을 주는 게 있다면? – 그런 게 있나? – 이런 사람인데 고양이 얘기할 때는 행복하고. 다른 분들은 이런 걸 뭐라고 얘기하시는 거예요?보통 취미를 많이 얘기하죠저는 특별한 취미가 있는 편은 아니고, 집을 좋아하기 때문에, 집에서 고양이와 있는 것을 좋아하고, 돌아다니며, 산책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성혜의 나라>를 보시거나 보고 싶어 하는 관객 여러분께 인사 부탁드립니다.시국이 어수선한데 많이 보러 와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상영할 관도 많지 않고, 상황이 이래서 보고 싶은데 못 본 분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도 IPTV나 VOD에서도 볼 수 있고, 우리 영화가 나쁜 영화는 아니거든요. 마음을 열고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문자 플레이 성찬올 사진 백종헌(씨네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