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맘때 수술을 앞두고 마음을 졸이다가 어느새 갑상선암에 대해 까맣게 잊고 피곤하다고 불평하고 있다.
오늘은 수술 1년차 정기검진일이라 강남세브란스로 향했다.쉬는 날이어서 1명은 등원시키고 1명은 혼자 남겨둔 채 나갔다. 방과 후 수업을 다녀와서 혼자 점심을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해 놓고 점심을 먹은 후에 혼자 학원에 가라고 가르쳐 놓았다.이런 일은 처음이었지만 첫 아이는 충분히 해낼 거라고 믿었다.
차를 가져갈까 대중교통을 갈까 끝까지 고민하다가 마지막에 빠른 걸음으로 달리게 되어 버스를 탔다.오전 이른 시간에 예약이라 9시에 출발해야 했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착하자마자 주차장으로 들어가려고? 또는 다른 이유로 병원 입구에 자동차가 늘어서 있었다.
강남세브란스에서는 갑상선암 정기검진 때 혈액검사를 하지만 1년이 됐을 때는 피검사와 초음파검사를 한다.1년 6개월이 됐을 때는 혈액검사, CT검사, 뼈검사 등 3가지 검사를 한다고 한다.
오늘은 피검사와 초음파검사라 금식을 할 필요는 없었지만 기억이 안 나서 또 다른 병원에서는 금식을 한다고 해서 혹시 가서 금식을 안 해서 실패하고 다시 가야 하나 싶어서 시키지도 않은 금식을 하고 갔다.단식을 해서인지 더 피곤하고 힘이 없었다.
도착해서 접수하고 채혈실로 가서 채혈하고 초음파실로 가서 접수대기를 걸어놓았다.8월 5일은 휴가철이라 초음파 선생님이 안 계시면 대기가 더 길어진다고 한다.3040분이나 길어진다는 말과 함께 카페에서 주는 진동벨을 들고 나왔다.다행히 책도 가져왔고 스마트폰도 있어서 심심하진 않겠지만 집에 두고 온 아이가 생각나서 빨리 끝내고 집에 가고 싶었다.
아이들은 이럴 때 혼자 해보면서 커지는 것이라고 잊으려 했지만 그래도 신경이 쓰였다.초음파까지 대기한 시간은 50분 이상 걸렸다. 검사실에 누워도 10분 정도 기다린 것 같았다.거기서 누워서 잘 뻔했는데 에어컨 바람이 추워서 잠을 자면 감기에 걸릴 것 같다는 생각에 졸음을 참았다.
검사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검사가 시작되려 했지만 잠이 안 깨서 몇 초 동안은 멍했다.검사는 5분도 안 돼 진료실 앞에서 대기하기 시작했다.
진료 예약 시간이 20분 정도 남았고 대기도 길어져 30분은 더 걸릴 것 같다는 말에 지하에 있는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식사 중에 진료 순서가 되면 곤란할 줄 알았는데 어차피 할 일도 없어서 내려봤다.
식당에는 직원들이 들어가는 구내식당이 있었고 외부 방문자들을 위한 식당이 따로 있었다.음식을 주문하고 앉아 있는데 5분도 안 돼 음식이 나왔다. 비빔밥을 주문했는데 그 이유는 비빔밥이 뜨겁지 않아서 속도가 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나는 식사 속도가 상당히 느린 것 같다. 밥알이 다 씹기 전에는 삼킬 수 없지만, 이것은 그래도 내가 가진 습관 중에서 좋은 습관이다. 소화력이 약한 나에게는 필요한 과정이다.
식사를 마치고 올라가니 다음 다음에 내 이름이 올라 있는 게 보였다. 진료실에서 한 명이 나와서 당장 한 명만 기다리면 되는 상황이었다.빠듯했지만 식사도 마치고 기다리는 시간도 알차게 썼기에 집에도 더 일찍 들어간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내 이름이 불리기를 기다리며 앉지 않고 선 채로 기다렸다.바로 내 차례가 되어 들어갔고, 바로 이영상 교수가 나타났다. 이영상 교수는 혼자서 4명의 환자를 신속하게 볼 수 있도록 4개의 방을 오가며 사용했다.교수 입장에서는 한 공간이지만 문과 벽에서 네 칸으로 나누고 환자들은 각자 나뉘어 들어가 교수님을 만나기 위해 기다리면 교수는 여기에 나타나 1분 정도 이야기를 하고 특별한 일이 없으면 바로 옆방으로 간다.그리고 다시 다른 방, 또 다른 방을 계속 왔다갔다 하고 교수님이 가신 뒤 자리에 간호사가 앉아 앞으로 진행될 검사나 수술에 대한 일정을 설명해준다.
6개월 동안 어땠느냐는 질문에 피곤하다고 답했다. 탈모도 있고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바로 검사 결과 이상이 없고 수치도 잘 나와 있기 때문에 약을 이대로 먹도록 합니다. 몸이 익숙해지도록 기다려 봅시다. 축하합니다!축하한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네”라고 대답하며 진료가 끝나버렸다.
어제 갑상선 카페에서 어떤 사람도 이영상 교수님이 “축하합니다”라고 말했는데 저도 똑같이 들을 수 있었다.그러다가 문득 아 맞다.나는 아만자(암 환자)였다. 그동안 피곤하고 건강했던 갑상선 반쪽을 잃은 것에 대해 억울했지만…내가 아만자였음을 잊어버린다. 추적 관찰 중에도 잊곤 했지만 수술이 끝나면 더 멀어졌다.오늘 정기검진을 가서 처음으로 많은 환자를 보면서 그렇지.이 세상에 아픈 사람이 정말 많아. 나도 아팠지. 그리고 아직 안심하고 방심해서는 안 될 시기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잡았다.6개월 뒤에는 CT 검사와 뼈 검사를 한다는 말에 반감과 함께 도망가고 싶었지만 그나마 나았다는 생각으로 의사에게 맡겼더니 끝까지 가야 한다며 불안한 마음을 잡았다.뼈 스캔은 방사성 물질을 주입한 뒤 뼈에 흡수되도록 한 뒤 몸 전체를 CT 촬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성 물질을 주입하는 것도 끔찍하고 몸 전체를 방사능이 많은 CT 촬영을 한다고 하니 한국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얼마 전 CT 촬영이 엑스레이 몇 장과 같냐는 질문에 간호사가 100장 이상 찍는다고 했는데 예전에는 목 부분만 100장이었다면 몸 전체니까 1000장도 훨씬 넘는 거라서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단식하고 검사 전에도 물을 많이 마시고 검사 후에도 물을 많이 마셔 방사성 물질이 체외로 배출되도록 하면 안전하다고 하니 그 말을 믿어보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