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와일라잇 늑대 청년의 근황? 당장 넷플릭스를 켜고 홈팀을 감상해보자.

<홈팀> 포스터 출처=넷플릭스 제공 오동진의 성불영화는 성인 불가 영화, 즉 성인은 다소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철저하게 청소년 성장영화나 가족영화, 자연다큐멘터리만을 다루는 글을 뜻한다. 이것은 하나의 실험이다. 영화 글을 쓰면서 청소년 정서에 저해된다고 생각하는 단어, 문장(심지어 상상력까지)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지를 시도해 보려고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그 기준은 1970~80년대의 시대적 정서다. 유교적 정서와 전통적 가치가 높았을 때다. 실험 시작. 꽝!(청소년 판사의 망치 소리다.) 할리우드에서 수없이 만들어지는 미식축구, 즉 풋볼 영화는 사실 풋볼을 다루는 척할 뿐이다. 비교적 정면으로, 그러니까 경기 내용과 선수들의 모습만으로 영화의 거의 전편을 채운 작품은 올리버스톤의 애니 기븐 선데이 정도다. 하지만 <애니 기븐 선데이>도 결국 경기(세계의 모든 경쟁)에서 이기겠다는 과도한 성취욕과 욕망에 대한 이야기다. 그 과정에서 오가는 막대한 돈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풋볼은 경기 규칙이 상당히 복잡해서 그것을 일일이 영화 이야기로 풀어낸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반대로 그게 더 지루해질 수도 있어. 하지만 무엇보다 풋볼 영화는 풋볼을 이길 수 없다. 실제 경기가 주는 긴장감, 그 폭발적인 재미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풋볼 영화는 경기를 보여주는 척할 뿐이다. 경기보다는 경기에 앞선 훈련 과정, 거기서 벌어지는 여러 에피소드에 주력한다. 올해 넷플릭스에 개봉한 찰스, 다니엘 형제 감독의 가족영화 <홈팀>도 마찬가지다. 결국은 가족애에 대한 이야기, 부성 이야기, 부자간의 이야기다.

<홈팀> 스틸컷. 출처=넷플릭스 제공 영화는 뉴올리언스의 세인츠라는 프로풋볼팀 감독 션 페인츠의 실화를 그린다. 실화라고는 하지만 어디까지가 진짜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보는 이들이 짐작하겠지만 아마 감독과 제작진이 ‘윤색 윤리학’을 지켜 만들었을 것이다. 실제 이야기를 영화화하면서 허구의 비율을 얼마나 넣느냐의 문제를 말하는 것이다.

어차피 영화는 현실의 비현실성, 비현실의 현실성을 교차하면서 이야기를 엮어가는 것이다. 흔히 ‘정말 영화 같은 일이네’라고 말할 때가 현실의 비현실성이다. 너무 영화 같아서 실감이 나지 않을 때 쓰는 말이다. 저건 영화일 뿐이라고 말하는 건 비현실의 현실성을 느낄 때 대체로 그렇다. 영화일 뿐이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현실에서 저런 일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그렇게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통과하는 게 영화고, <홈팀>도 그중 하나다.

션 페이튼(케빈 제임스)은 NFL(National Football League=전미프로축구협회) 우승 후보팀인 뉴올리언스 세인츠의 감독직에서 하루아침에 쫓겨났다. 풋볼 도박에 관여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그는 권한과 직무를 정지한다. 재판까지 1년여가 진행될 것이다. 실망했지만 자존심 때문에 절대 드러내지 않는 그는 시간도 남는 고향 텍사스로 돌아온다. 뉴올리언스나 텍사스 모두 미국 남부 지방에 있으며 대체로 보수적인 마을로 이루어져 있다. 오로지 전진 패스만으로 영역을 확보하고 결국 골에 이르는 공격적인 전법의 미식축구 규칙이 어울리는 대목이다. 몸으로 세게 부딪치고 넘어뜨리고 당기고 하는 등 격렬한 게임을 좋아할 만한 사람들이 텍사스 사람들이다. 당연히 NFL에 대한 인기가 상당히 높고 심지어 유소년 풋볼팀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홈팀> 스틸컷. 출처=넷플릭스의 제임스 페이튼은 고향에 돌아오자마자 아들 코너(크리스티턴)가 소속된 유소년 풋볼팀의 연습과정과 경기를 목격하게 되고, 또 왜 이렇게 엉망진창 팀의 감독이 된다. 와이노트? 시간은 어차피 1년이나 남았다. 시간을 낭비하려면 뭐든지 하는게 낫겠어. 그런데 과연 이 오합지졸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있을까.

션 페이튼은 뉴올리언스팀에서 했던 훈련 방식을 가져오려 했지만 실패를 맛본다. 아이들은 아이들에게 맞는 방법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것을 그는 알지 못했다. 그것은 헤어진 아들(션 페이튼은 아내와 이혼했고 그녀는 이미 다른 남자와 함께 살고 있다.) 코너와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들은 아들의 방식대로 대해야 한다. 무조건 남자다움, 풋볼다움을 가르치려 했던 그는 그것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는다. 게다가 코너는 숀이 떠난 것, 자신을 버린 것에 대한 상처를 안고 살아왔다.

<홈팀> 스틸컷. 출처 = 넷플릭스 제공

영화 홈팀은 스포츠 정신이란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게서, 그래서 아이와 같은 약자에게도 배우되 그것을 통해 스스로 더 성장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해주는 작품이다. 심심해서 결정될 것 같다고? 엉뚱한 전처 베스(재키 샌들러)가 함께 살고 있는 남자 제이미(롭 슈라이버)는 요가 선생님이지만 이 인간이 저지르는 실수가 포복절도할 만한 코미디를 제공한다. 아이들의 미식축구를 보는 것 역시 웃기는 면이 많다. 어찌된 영문인가. 여자아이에게 잘 보이려는 욕심으로 오히려 경기를 할 때마다 짜릿한 아이나 몸매는 비교적 비대하지만 상대팀 선수와 몸이 부딪힐까 두려워하는 아이나 션 페이튼과 힘을 합쳐 연습과 경기를 하면서 아이들 개개인은 자신의 핸디캡을 극복해 나간다. 그 과정에 약간의 감동도 있다.

넷플릭스 <홈>에서 코치 ‘트로이’ 역을 맡은 테일러 로트너

그럼에도 이들의 최종 경기 스코어는? 예상했던 것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전투에서는 졌지만 전쟁에서는 이기는 이른바 졌지만 잘 싸우는 모습을 향해 영화는 나아간다. 그 전개가 좋다. 유소년 풋볼팀의 전 코치 션 페이튼이 올 때까지 고군분투, 아이들을 이끌어갈 청년 트로이는… 그렇다.<트와일라잇>의 바로 그 늑대 청년 테일러 로트너다. 청춘물로 ‘한때 스타’가 된 이후 평범한 배우로 살아 있음을 보여준다. 청소년이여, 정신을 차리소서. 한때 잘되더라도 금방 바닥으로 가는 게 인생이다.오동진 영화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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