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마취, 반절제, 갑상선 제거 수술 [D-day] 드디어 수술/

아침 일찍(오전 8시) 수술이 결정돼 전날 열심히 셀링선셋을 보면서 12시가 넘어서야 잠이 들었다. 진짜 혼나야 돼.

밤새 환자를 체크하는 간호사들은 밤새 혈압과 수액이 잘 들어가는지 여러 번 체크하느라 잠을 거의 못 잤다.

아침 6시 40분경 첫 수술인 사람이 일제히 이동하는데 엘리베이터를 한꺼번에 움직이기 때문에 늦게 출발하면 수술시간이 늦어질 수 있다며 서둘러 가야 한다고 말씀하셔서 간호사가 압박스타킹을 신겨주신 것 같은데,

압박스타킹이 신겨져 있는 걸 보면 정말 들은 말이지너무 비몽사몽이라, 나는 계속 자다가 깨서, 자다가 깨서 뭔가를 하고 수술실로 끌려갔다.

A few hours later …..

수술이 끝나고 회복실에서 점점 의식이 돌아오던 순간이 생각난다. 엄청난 무게가 나를 짓누르는 것처럼 부담이 컸다. 수술 전에 마취 깨어나면 심호흡왕이 잘해야 폐 합병증이 안 생긴다고 해서 엄청 열심히 심호흡을 했어 근데 나 위에 뭔가 너무 무거운 게 밀어붙여서 너무 힘들었을 것 같아. 예쁘게 자고 일어날 기분이 아니었어. 초반에는 조금 힘들었다.

그리고 목통증으로 눈물이 쏟아졌다. 슬퍼서 부모님께 걱정을 시킨게 미안하고 남자친구 얼굴도 떠올라 와씨 갑자기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울었다. 아파서 우냐고 물어봐서 그냥 그렇다고 했어 사실 울 만큼 아프진 않았는데 그냥 눈물이 나왔다.

그런데 엄마가 내가 회복실에서 침대를 타고 나왔을 때 우는 거 보자마자 “슬퍼서 우니?”라고 물었을 때 완전 소름이 돋아.그 뭐냐… 엄마랑 나랑 연결되어 있나? 그래서 눈물이 그쳤다얼마나 찢겼는지, 빨리 거울을 보고 싶었고, 혹시 전체 절제를 했는지도 궁금했다.

두둥 별로 안 했던 것 같아 어떻게 다행인지 그리고 반절제만 하고 내 목에는 절반의 갑상선이 남아 있다.

놀라운 나의 회복력. 회복실에서 병실로 옮겨져와 침대가 옮겨지자마자, 두발로 걸어 화장실에 갔고, 아버지를 만나러 밖으로 나가 아버지가 사주신 과자, 아이스크림을 먹었다.통증은 있지만 충분히 참을 수 있다. 목의 통증은 전신마취를 하면서 관을 삽입하는 과정에서 긁히거나 자극을 받아 상처를 입은 것 같지만 음식이 들어갈 때는 조금 아프지만 금방 나을 수 있는 상처라고 느낄 정도로 미약하다. 그리고 목의 통증은 말 그대로 잘렸기 때문에 느껴지는 통증. 이는 목 앞부분이 전반적으로 담에 박힌 것처럼 아프다. 수술 부위가 제일 멍처럼 아파서 근데 아프다고 해도 충분히 참을 수 있는 통증이야

목소리의 변화를 잘 못 느낀다.

그리고 갑상샘약을 복용하지 않기로 했다. 약 복용에 대해서는 의사에 따라 얘기가 달랐던 것 같은데 책을 보면서 이해가 많이 갔다. 정리를 하자면

<체내갑상선호르몬유지기작>-하수체:체내갑상선호르몬농도감지>낮은경우갑상선자극호르몬분비-갑상선호르몬에 의해 갑상선호르몬분비>체내갑상선호르몬일정농도유지

반절제든 전절제든 평생 갑상샘 호르몬을 복용해야 한다고 했다. 난 반절제를 해도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는 게 이해가 안 됐어. 우리 몸의 힘든 기능 중 하나가 항상성 유지이기 때문에 반절제를 하면 초반에 일시적으로 낮아지는 갑상샘호르몬을 약으로 보충하고 이후에는 남은 갑상샘 한쪽이 스스로 호르몬을 생성해 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상샘 자극호르몬이 분비되면 갑상샘호르몬도 나오지만 갑상샘세포 역시 커진다고 한다. 세포의 비정상적인 증식이 암세포로 이어지기 때문에 기존 치료법은 이런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암 재발률을 낮추려고 갑상선 호르몬을 복용해 자극 호르몬 분비 자체를 억제해 왔다는 것. 이것이 보통 갑상샘암으로 반절제술을 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 갑상샘 자극 호르몬 분비 억제 요법이라고 한다.

그러나 갑상샘 자극 호르몬이 오래 부족할 경우 심혈관 질환이나 골다공증 등 각종 합병증이 거꾸로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현재 국내 의료기관 상당수가 합동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반절제 후 호르몬제 복용을 따로 하지 않는 것을 연구하고 있으며 나도 이 연구에 참여하는 일환으로 호르몬제는 복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다만 자기 갑상샘의 항상성 유지력을 믿어보기로 했다.

저녁… 흡입… 왜 이렇게 밥이 맛있는지 모르겠어 뭐지.

그리고 미친 듯이 잤다.부모님이 들어오신 후에 조금 피곤해서 주무시고 선생님 회진을 맞이해서

이어 저녁을 먹고 다시 잠을 자고 2시간 정도 자다 깨어난 상태다. 어제 잠을 못 자서 그런가, 아니면 오늘 몸이 고생해서 그런가?

내 몸에 좀 미안하다ㅜㅜ 앞으로도 아껴줄께….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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