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 Didit’은 과학기술계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대한민국의 여성 과학기술인을 소개하는 WISET의 캠페인입니다.
한국천문연구원 최초의 여성천문학자
◆ 새해가 되면 우리는 해가 뜨는 시각이 궁금하고 공휴일은 주말과 겹치지 않는지 찾아봅니다. 한국천문연구원 최초의 여성천문학자인 안영숙 연구원은 우리의 실생활에 필요한 천문정보를 전달하고 달력을 연구해 왔습니다.
◆ 천문역사를 대중화한 ‘천문역사연구 초창기 세대’이자 달력의 기초자료가 되는 천문역법(*천체운행 계산을 통해 날짜나 천체의 출몰시각 등을 정하는 방법) 현대화 작업 등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2020년 올해의 KASI 인상’에 선정되었습니다.
◆ 안영숙 연구원은 천문학 역법 분야는 사람들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생활형 학문이라며 자신의 연구를 통해 사람들이 일상에 불편함 없이 살아가고 호기심을 채워나가는 것이 천문학자로서의 보람이라고 전했습니다.
1970년대 천문학을 공부하다
우리 시대에는 천문학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습니다. 고등학교 때 지학 시간에 아주 쉽게 언급된 정도랄까. 처음에는 물리학이나 수학을 전공하려고 했는데 그쪽은 학문의 역사가 오래되어 인재들이 모일 것이고 천문학은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이기 때문에 제가 기여할 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천문학과에 간다고 하니까 다들 반대했어요. 그렇게 알려지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어머니만은 “공부는 너를 위해 시키는 거니까 네가 원한다면 가라”고 했어요.

제 일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달력 만들기, 그리고 2000년경부터 시작한 고천문학 연구입니다.1977년 한국천문연구원에 입사한 최초의 여성천문학자
한국천문연구원은 1974년에 설립되었고, 저는 1977년 12월 겨울에 입사했습니다. 그다음에 여성연구원이 1992년 6월쯤에 입사했기 때문에 거의 15년 동안 여성 연구원은 한 명이었어요. 일례로 1977년 겨울에 소백산 천문대로 관측을 갔는데 여성 화장실이 없었어요. 그때까지 거기에 여성 관측자가 가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저를 위해 새로 시설을 손질하느라 고생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사람들의 일상을 뒷받침하는 달력 만들기, 그리고 고천문학 연구
제 일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달력을 만드는 것입니다. 24절기, 일출과 일몰시간, 명절 등을 계산합니다. 너무 쉬운 일 아니냐고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1년을 365일, 음력 1월은 평균 29일 또는 30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계산하면 날짜 등이 달라져요. 사실 1년은 약 365.242189일이고 음력 1월은 29.53059일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매년 행성의 운동에 의한 섭동(간섭운동)도 함께 계산해야 합니다. 이런 수십 가지 항목을 계산해야 제대로 된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나는 이러한 계산을 통해 국내 전 지역의 일월 출몰 시각, 박명 시각(여명, 황혼), 태양의 고도와 방위각 등을 계산합니다. 그리고 일월식 예보나 혜성의 출현 등의 천문 현상도 예보하여 국민에게 알리는 일을 했습니다.
또 하나는 2000년경부터 시작한 고천문학 연구입니다. 처음에는 조선시대 관측기기 복원에 주력했습니다. 2000년 간의(현재의 망원경 역할)를 비롯해 해시계, 천상열차 분야 지도 등 다양한 의기를 복원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표준연력이라고 하는 한국의 삼국-고려-조선시대에 걸친 연력표(음양력 대조표), 일식도, 천문현상집 등을 편찬했습니다. 이것은 고천문학의 가장 기본적인 단계의 작업이며, 이를 이용하여 고천문학 DB를 만들었습니다. 후배들은 지금 이 자료를 발판으로 삼아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보는 것이 저의 보람이기도 합니다.

천문현상은 반복되는 주기가 있습니다.이를 기록한 천문역사를 연구하는 것은 현대의 천문현상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우리나라 천문기상 역사를 현대화한 천문역사연구 초창기 세대.
원래 저의 전공은 관측(식변광성 관측)입니다. 그래서 10년 가까이 소백산 천문대로 관측을 갔습니다. 연구원으로 근무하다가 박사과정 대학원도 그쪽에서 공부하려고 했는데 교수님이 사정이 생겨서 저를 지도할 수 없다고 하셔서 포기했어요. 그런데 저를 잘 아는 다른 교수님이 조선시대 역법 공부를 제안하셨습니다. 나는 현대의 역법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몇 년 동안 ‘역서’를 편찬했기 때문에 과거의 역법도 더 공부해서 과거와 현대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해달라고 권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공부하다 보니 고천문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평소 현대천문학 지식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민원 업무가 많았습니다. 명리학 하시는 분들, 사주팔자를 보기 위해서 년, 월, 일 간지를 듣는 분, 옛날 중국 문헌을 공부해서 지금과는 다르다며 그 이유를 들으러 오시는 분 등 많은 청원자들을 만났습니다. 이러한 두 가지 조건으로 한국 천문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과거 천문기록에서 현대의 천문현상을 이해할 수 있으며,
천문현상은 반복되는 주기가 있습니다. 짧게는 1일 이내이기도 합니다만, 해리 혜성 같은 것은 76년의 주기를 가지고 있지요. 이것을 알려면 과거의 관측 기록이 필요합니다. 한국의 오랜 기록(고려 475여 년, 조선 500여 년)은 다양한 천문현상을 검증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또 별들도 계속 진화해서 변화하는데 그 주기가 상당히 깁니다. 이때 과거의 기록을 보면서 ‘아, 그때 폭발이 있고 수백 년이 지난 지금 이만큼 빛나고 있구나.’ ‘그래서 이렇게 생겼구나.’ 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과거의 기록은 현대의 천문현상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일출 일몰 시각, 24절기 등 제가 제공하는 자료를 통해 국민들이 일상에 불편함 없이 살아가는 것이 천문학자로서의 보람입니다.사람들의 일상에서 뗄 수 없는 천문학자의 일
천문학은 별의 크기와 운동, 거리, 은하의 크기, 우주 공간을 채우는 물질, 우주의 기원, 우주의 나이 등 무한한 호기심을 최첨단 기기로 조사해 궁금증을 해결해 나갈 수 있다는 점이 매력입니다. 또한 천문학은 사람들의 생활에서 뗄 수 없는 생활형 학문입니다. 일출 일몰 시각, 박명 시각, 달의 출몰 시각과 월령, 24기 시각, 계절의 변화, 주야 길이, 태양 운동(1년 길이), 달 운동(음력), 명절 계산 등 많은 국민들이 제가 제공하는 자료를 이용하여 일상에 불편함 없이 살아가며 호기심을 충족시켜 나가는 것이 보람입니다.
1995년경에는 동료들과 한국의 독자적인 천문역법 계산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미국이나 중국 자료가 없어도 우리에게 맞는 달력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상당 기간 달력이 통일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발표한 자료 대신 관례처럼 옛날 것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실제로 2006년 설은 신문이나 포털 사이트에서 발표하는 날짜가 달라서 많은 민원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를 위해 연구원 주도하에 2018년 천문법을 만들었습니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지금은 사람들이 이런 종류의 불평은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연구는 ‘협력’, ‘코딩’은 큰 도움이 될 것
인생은 깁니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너무 열심히 살다 보면 번아웃이 올 수 있습니다. 적절한 휴식은 더 많은 것을 잘 해내는 원동력이 됩니다. 가끔은 산책도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세요. 또한 연구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이 중요합니다. 상사나 동료, 후배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바쁘거나 힘들 때 많은 힘과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천문학은 수학과 물리학이 기본이고 많이 필요합니다. 나처럼 고천문학을 하는 데는 한문 공부가 큰 도움이 될 거예요. 달 궤도 계산, 인공위성을 발사할 때 그 궤적 계산, 우주 모형을 모델링해서 실제 망원경 관측치와 맞추는 작업 등 사실 천문학자들이 하는 많은 일에는 코딩이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그램 코딩하는 법을 배워두면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흔히 천문학자들은 큰 망원경만 보는 일을 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이 잘 될 수 있도록 정확한 달력을 제공하고 천문역사를 연구하고 여러 천문현상을 분석하는 역할도 한다는 것을 안영숙 연구원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현재도 고천문학 연구를 계속하고 있는 그녀의 성과가 더욱 빛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