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누릴 수 있는 은총(즐거움, 기쁨)에는 총량이 있다.영화 은교의 주인공 이조요가 한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총량”이란 예를 들어, 사람에게 술을 마실 수 있는 적정 연령이 있는 것과 같다. 미성년자에게 술 담배 판매를 금지하는 이유는 우리 몸이 즐길 수 있는 총량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부터 마시면 50대 초반 정도가 되면 더 이상 마실 수 없다. 몸의 어디 하나는 아픈 것이다. 담배도 그렇고 탄산음료나 커피도 마찬가지다. 하지 말라는 일을 너무 일찍 시작하면 아파진다. 정작 필요할 때 누리지 못한다. 한편 늦게 시작하면 늦게까지 즐길 수 있다. 학령별 교육과정이 있고 영화에 등급이 있는 것도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총량은 제한되어 있으니 일생에 천천히 나눠 즐기라는 인류의 지혜인 셈이다.그러니 미리 시작했다고 좋아할 일도, 빨리 성공했다고 자만할 일도 아니다. 20대 초반에 기라성처럼 등장한 가수들이 있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양현석, 댄스 음악의 대명사 김건모가 그런 엄청난 대스타들이 유흥과 여자 문제로 팬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인기만큼 실망도 컸던 탓에 무대에서 사라졌다. 대신 이들의 공백을 훌륭하게 메운 사람이 있다. 희대의 명곡 <판타지>와 <가나다라마바사>, <리베카>의 가수, 잊혀진 그 이름 양준일이다.
양준일이 조명을 받는 것을 보고 이 말의 효능을 다시 한번 느낀다. TV에 나오면 다들 성공한 줄 알았는데 일산에서 영어학원 강사 생활을 10년 했다니 데뷔보다 어려운 게 유지되는 모양이다. 너를 안으면이라는 노래를 부른 그룹 컬트의 보컬 손정한도 생각보다 많은 앨범을 냈다. 하지만 첫곡과 후속곡 신라의 달밤 주제곡을 히트시킨 뒤 더 이상 히트곡을 낼 수 없으면 이런 말을 했다. 한두곡 히트하고 계속 그럴 줄 알았는데 인기를 얻기가 쉽지 않네요.
성정한과 김건모가 68년생이다. 68년생 가수로는 쿨의 김성수, 컨트리 코코의 탁재훈 신해철 윤상 신성우, 공일오비의 정석원 장혜진 등이 있다. 비슷한 시기의 가수인 셈이다. 누군가는 정점에 이르렀고 누군가는 잠깐 등장했지만 사업가로 변신해 행복하게 살고 있다. 고생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과 비교하면 양준일은 자신을 가수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반면 은총의 총량법칙을 떠올리면 양준일에겐 아직 쓸 만한 카드가 남아 있었던 셈이다. 그것도 많이
양준일과 같은 69년생 가수로 god 박준형, 쿠론 구준엽 강원래 윤종신 엄정화 김완선 김형철 김태욱, 유리상자의 박승화, 러브홀릭의 강현민 등이 있다. 이들이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양준일은 이런 날을 얼마나 기다렸을까.
1990년에 데뷔했다. 스물두 살 때다. 음악에 눈을 뜨는 시기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평균 나이도 듀스의 이형도 김성재도 근상민의 룰도 비슷한 나이에 데뷔를 했다. 리더가 사망한 인기 그룹<투투>는 멤버 전원이 22세이므로 투투라고 이름 붙였다고 한다. 하지만 정상에 선 사람들만 대중은 기억한다.
양준일은 중학교 때부터 춤을 좋아했어. 팝핀이라는 춤이래 춤을 좋아해 데뷔했지만 그의 음악은 어려웠다. 최근 그의 노래 리베카에 대해서는 시대를 앞선 음악이라고 평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러나 양준일은 이렇게 말한다.시대를 앞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지금도 똑같아 그냥 대중이랑 안 맞는 느낌이었어그리고 대중에게 잊혀졌다.
앨범이 성공하지 못해 일산에서 하기 싫었던 영어강사를 했다고 한다. 스스로 이 시기를 괴로워하다. 하지만 아내를 만났으니 고난은 동시에 행복도 주는 것 같다. 동전의 양면인 셈이다.
진짜 가수란 무엇일까.서태지와 아이들은 대박을 터뜨린 뒤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그러면 여전히 가수인가? 양준일은 가수가 됐지만 빛을 보지 못했다. 10년 이상 가수 활동을 하지 못했지만 한 번도 자신이 가수라는 사실을 잊어 본 적이 없다. 드디어 다시 가수로 돌아왔다. 그럼 지금도 가수인가? 서태지와 아이들의 은퇴 선언을 보고 그룹 시나위의 리더 신대철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가수가 은퇴를 하다니요! 창작의 고통이 싫어서 은퇴하신다구요? 그건 아티스트가 져야할 숙명과도 같은 일이잖아요.
결혼 후 10년은 비어 있다. 힘들었다는 반증이야. 실제로도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런데 방송에 나온 그의 날씬한 모습과 멋진 스타일을 보니 엄격한 와중에도 자기관리만큼은 철저했던 것 같다. 그런 사람이 어찌 성공할 수 있겠는가? 양준일의 책을 보면 행간에 이런 메시지가 읽힌다.기회는 반드시 온다. 다만 잡거나 잡지 못하는 것은 당신의 몫이다.
영화 은교의 스토리로 시작됐다. 은교는 남자의 로맨스, 과거에 관한 동경이 주제다. 양준일이 그렇게 나이 많지는 않았지만 과거를 소환하고 현재로 돌아온 그의 모습은 감동 그 자체다. 좌절 속에서 이 모습을 보고 버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은총의 총량은 누구나 비슷하다.
2019년은 양준일과 팬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 됐다 다시 와주고, 멀리 있지 않고, 그 모습 그대로 돌아와주어서 더욱 기쁜 것이다. 그야말로 진정한 팬서비스가 아닐까. 같은 시대를 살아온 사람으로서 너무 고마운 컴백이다.
고생했는데도 여전히 그 모습을 갖고 있는 걸 보면 양준일이야말로 자존심이 상당한 사람이다 그는 힘들 때마다 이렇게 생각했다.이런 현실은 나답지 않다.책 제목이 ‘maybe’다.양준일은 어렸을 때 yes나 no였다. 그러나 살아보니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아이를 낳고 미국 플로리다로 이주해 힘든 나날을 보내며 현실에 무릎을 꿇었지만 maybe 이게 다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현재를 뛰어넘었다. 양준일은 maybe라는 단어에는 어둠 속에서도 빛을 보게 하는 힘이 있다고 말한다.반대로 maybe라는 단어에는 지금 빛 속에 있어도 언젠가는 어둠에 빠지는 힘도 있다. 그러므로 ‘maybe’는 막연한 운과는 거리가 있고 철저한 자기관리와 가까운 단어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나는 이 책의 제목을 mustbe라고 부르고 싶다.Mustbe. 하늘은 긴 여행을 떠난 나그네의 길을 절대 끊지 않는다.20대에 데뷔해 가수가 됐지만 오랜 고난의 30년을 견디며 40대를 보내는 팬들 앞에 다시 나타난 50대 가수. 그러나 양준일은 다른 무명가수들과는 다르다. 한때 상당한 팬을 거느린 스타다. 나는 그의 V2시절 음악 판타지를 좋아했다. 한동안 헬스클럽에서 자주 등장했던 노래들이다. 프로그램에서 그는 판타지(Fantasy)를 부르며 자신이 더 이상 가수로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고 한다. 내 생각은 다르다. 여기서 조금만 더 버텼더라면 꽤 인기를 끌었을 것이다. 그 성공으로 가는 길에 주저앉아 버렸으니 스타에 대한 갈망이 지속될 리 없다.
https://music.youtube.com/watch?v=IcDh_OAQdQ0&feature=share
성공을 눈앞에서 좌절하는 사람이 가수 양준만이 아니다. 조금의 인내로 밀고 나가면 성공하지만 우리는 그 한 걸음 앞에서 항상 절망과 싸우고 좌절을 고민한다. 양준일은 이미 슈퍼스타였다. 그냥 그 시기가 지나서 이제 왔을 뿐. 그런 그의 컴백이 주는 의미는 좌절과 절망을 딛고 일어설 수 있고 쓰러지지 않도록, 다시 도전하라, 항상 성공을 준비하고 연습하라는 희망의 메시지다. 다시 일어서라는 재촉이다.코로나19에서 어려운 이 시기에 이보다 힘과 희망을 줄 인물이 또 있을까. 가수 양준일의 앞날이 더 기대되는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다. 또 양준일의 컴백처럼 우리 생활도 코로나 바이러스를 떨치고 하루빨리 정상으로 돌아왔으면 한다.
이 에세이에 등장하는 책은 출판사의 지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