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까?퍼펙션 (영화/스릴러) [넷플릭스로군

무서운 영화도 종류가 많다. 귀신, 귀신 나오는 게 있고 악마가 나오는 게 있고 – 귀신과 악마의 장르는 똑같고 다르다 – 컬트가 있고 연쇄살인귀처럼 사람이 무서운 종류도 있어 귀신이 나오는 게 싫고, 악마는 비현실적이라서 싫고 – 솔직히 악마가 나오는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비현실적’이 되는 건 너무 억울하다 – 연쇄 살인마가 나오는 것도 싫으면 추측 불가능한 전개와 약간의 기이함을 더한 <퍼펙션>은 어떨까? 너는 골칫덩어리와 고어들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퍼펙션>은 세계 최고를 꿈꾸는 두 첼리스트의 이야기다. 샬롯은 어려서부터 첼로에게 뛰어난 재능을 보였지만 병든 어머니를 간병하기 위해 유명한 첼리스트 양성학교를 떠난다. 다시 찾은 그곳에는 엘리자베스라는 새로운 첼로계의 신예가 있다. 서로의 재능을 선망하는 두 사람은 곧 특별한 사이가 되는데 엘리자베스의 휴가에 샬롯이 함께 하게 되어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두 사람의 이야기 하면 자연스럽게 라이벌 구도가 떠오른다. 퍼펙션은 그런 관객의 마음을 잘 알기라도 한 듯 슬그머니 샬롯을 수상한 인물로 만들어 간다. 어머니 병간호를 위해 꿈을 접은 샬롯, 첼로를 가르쳐준 선생님을 찾아갔을 때, 샬롯의 자리를 잡은 엘리자베스를 보여주며 샬롯에게 뭘 하는 거야라는 생각으로 이어지게 한다. 몸이 아픈 엘리자베스에게 계속 약과 물을 챙겨주는 샬롯은 어딘가 수상하다. 그리고 엘리자베스의 여행이 끔찍한 결말을 맞으면 “그런 미쳤어! 역시!”라고 절로 외쳐버린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은 영화가 시작된 지 40분 후에 일어난다. 아직 50분 남았다. 영화는 더 잔인하고 역겹다. 관람에 주의가 필요하다.

?지금부터는 줄거리와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다, 휴가를 맞아 중국 시골을 여행하기로 한 엘리자베스.엘리자베스와 가까워진 샬롯은 여행에 동행한다. 하지만 출발 아침부터 엘리자베스의 상태는 그리 좋지 않다. 두통과 갈증을 호소하던 엘리자베스는 이윽고 산길을 달리던 버스에서 실수를 저지르고 복통에 시달리며 구토까지 해 함께 탄 승객들을 불안하게 했다. 둘은 결국 버스에서 쫓겨나고, 온몸에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기분을 느낀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피부를 찢고 나오는 벌레들을 보게 된다. 당황한 엘리자베스에게 샬롯은 거대한 칼을 건네주고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팔을 스스로 베어버린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샬롯이 먹인 약의 환영이었다.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엘리자베스는 샬롯을 납치해 두 사람을 가르친 첼리스트 양성학교로 돌아간다. 우수 학생을 키운 학교는 실은 재능 있는 아이들을 데려와 학대하는 곳이고 샬롯은 또 한 번의 어릴 적 악몽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샬롯의 행동이 엘리자베스를 구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깨달은 엘리자베스는 샬롯을 도와 학대와 고문을 가한 선생들을 처벌한다. 이 과정에서 샬롯도 한 팔을 잃지만 서로의 팔로 하나의 첼로를 연주하며 괴로워했던 과거 복수한다.

퍼펙션은 별로 유쾌한 영화가 아니다. 벌레들이 기어다니는 기분 나쁜 장면부터 신체 절단과 성적 학대까지 등장하니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특히 어떤 장면은 매우 무례하기까지 하다. 넷플릭스가 이 영화를 LGBTQ와 분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또 이 영화는 관객에게 적절하게 힌트를 주고 내용을 유추하게 하지 않아 모든 것을 실제처럼 보여주다가 뒤늦게 플래시백 삽입으로 진짜 이랬다고 해석하는 바람에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는 순간 다소 맥이 빠진다.

아쉬움은 있지만 첫 번째 여행 부분을 긴장감 있게 풀어내고 상처 입은 두 여성이 모여 완벽한 연주를 선보이는 결말은 통쾌하다. 마지막 두 사람이 함께 하나의 첼로를 연주하는 장면은 여러 모로 기억에 남는다. 재능 있는 아이들을 교육이란 이름으로 학대하는 일이 벌어지는 세상에서 그들이 요구하는 완벽함을 버리고 자기들만의 연대로 완벽함을 재창조하는 이야기를 얼마나 해괴하게 그렸을까. 여러 가지 감상거리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일단 충격적이란 누구나 동의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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