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 영천 화산[경상도의 숨은

봉우리가 해바라기를 닮아 화산산성·한광사 등 볼거리 풍부

722.9m 봉우리를 지나 낡은 고랭지 채소밭을 헤치고 내리면 풍력발전기가 설치된 화산이 손을 뻗으면 잡힐 듯하다.

가을의 마지막 절기인 상강이다. 이 무렵에는 하늘이 맑고 쾌청한 날씨가 많지만 밤에는 기온이 낮아져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 따라서 국화가 만발하고 산에는 단풍이 가장 아름다운 시기로 산인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경상북도 영천시 신녕면과 군위군 고로면의 경계에 위치한 화산(828m)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이 지역에서 해발이 가장 높은 팔공지맥의 산이다. 산정은 평탄한 분지로 울창한 숲이 있어 예로부터 산수가 좋기로 유명하다. 〈교남지〉 신녕군 측에 “봉우리가 해바라기 꽃 같아서 화산이라 하였다”고 나와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현의 북쪽 3리에 있는 진산이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옛 신녕현의 별칭이 화산으로 읍치는 신녕면 화성리에 있었다. 『여지도서(義興)』에는 “화산은 청송부 보현산에서 뻗어 공산(팔공산)의 최고의 줄기를 이룬다”고 기록하여 산맥의 근원까지 밝히고 있다.

화산 일대는 1960년대에 개간되어 밭이 조성되었고, 이 밭을 중심으로 해발 700m 분지에 마을이 형성되었다. 이 마을은 이른바 ‘하늘 아래 첫 마을’로 화산 바로 아래에 있어 ‘화산 마을’이라고도 부른다. 화산을 중심으로 육군 3사관학교 유격장이 건설되면서 마을 규모는 줄어들었다. 동시에 일반인이 출입할 수 있는 공간이 좁아지면서 통행 제한 구역은 넓어졌다.

476.9m 봉우리 능선에서 돌이켜 보면 발밑으로 화남지와 갑현마을이 한눈에 들어오고 멀리 팔공산이 펼쳐진 산릉이 은하수를 이룬다.

최근 이 마을에 변화의 바람이 불면서 관광객이 많아지고 있다. 마을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좋고 군위댐 등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풍차 전망대가 큰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TV 교양 프로그램에 있는 귀촌인 이야기가 방영되면서 주변 풍경이 입소문을 타게 됐다.

수려한 산세를 자랑하는 화산이지만 아직 제대로 된 등산로가 없어 등산을 목적으로 이 산을 찾는 사람은 드물다. 간혹 팔공지맥을 종주하는 산악인이 있으나 지금은 지맥길도 많이 머물렀다. 따라서 원점 회귀가 가능한 코스를 상정해 개척하듯 등산해야 한다. 등로는 화남1리 버스정류장에서 갑현마을~화남지수로~476.9m봉~팔공지맥~갑령~722.9m봉~화북4리마을회관~풍차전망대~화산산성북문~유격장위병소~팔공지맥(828강의장 갈림길)~화산정상~임도~혈암산~한광사~갑현마을~화남1리 버스정류장으로 돌아오는 약 15㎞ 거리다.

화산 등산 입구는 화남1리 버스정류장. 갑현마을로 향하는 개울에는 아름다운 고목들이 즐비하다. 마을 어귀에 들어서면 임진왜란 때 영천성을 탈환한 의병장 권은수 장군을 기리는 경충사와 충훈각, 장군 유적비가 세워진 유적관이 있다. 마을길로 올라가 마지막 민가를 지나면 화남지에서 물을 흘리는 물길을 만난다. 이곳에서 왼쪽 산자락에 철망을 두른 묘지를 보고 산으로 향한다.

476.9m 봉우리를 올라 돌아보면 가야 할 화산과 혈암산이 다가온다.

아예 산길이 없지만 묘지 옆으로 올라가 매화나무가 심어진 먹밭을 헤치고 산 능선으로 향한다. 주의해야 할 것은 능선을 놓치지 말고 잘 따라가야 한다는 점이다. 길은 없지만 오르는 데는 나름 큰 어려움은 없다. 잡목에 약간의 경사도는 있지만 가끔 전망도 열린다. 돌이켜보면 가야 할 화산과 혈암산이 다가온다. 발 아래로 화남지와 갑현마을이 한눈에 들어오고 멀리 팔공산이 펼쳐진 산릉이 은하수를 이룬다. 땀을 흘리며 오른 476.9m 봉우리부터는 경사가 완만하다. 잠시 후 팔공지맥을 만나게 되고 그나마 뚜렷한 산길을 만나게 된다.

능선길에서 갑령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은 독도 주의해야 할 곳이다. 갑령으로 내려가는 길은 짧지만 경사가 급하고 거칠다. 갑령에서 722.9m 봉우리까지의 오름길도 예사롭지 않다. 가파른 경사로 발목까지 빠지는 낙엽이 발걸음을 늦추다.

산봉우리가 가까워지면서 고랭지 채소밭이다. 성인 키를 훌쩍 넘는 잡초가 무성한 채소밭 뒤에 군위조림산이 솟아 있다. 통신탑이 서 있는 722.9m 봉우리를 왼쪽에 두고 제법 넓은 길을 따라가면 곧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만난다. 맞은편 화산풍력발전기를 바라보고 나아가면 곧 포장도로도 끝난다.

붉은 지붕의 풍차 옆 전망대에 서면 먼 바다의 파도처럼 일렁이는 산너울이 장관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화산원은 산이 아니라 넓은 들판이다. 산간 오지에 펼쳐진 넓은 밭으로 드문드문 늘어선 소박한 집들이 이국적인 풍경이다. 개망초 꽃이 지천에 핀 고랭지 채소밭을 헤치고 내린다. 풍력발전기가 설치된 화산이 손을 뻗으면 잡힐 것 같다. 폐교된 화수초등학교 화산분교 정문 앞에 이른다. 산자락을 빙빙 도는 콘크리트 포장도로는 화북4리 마을회관을 통해 나뉜다. 북쪽의 풍차 전망대를 바라보고 방향을 돌다.

풍차 전망대는 군위군 고로면 화북4리 화산마을의 유명한 명소로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붉은 지붕 풍차 옆 전망대에 서면 발밑에 군위댐이 시원하다. 주변에는 세가산과 절 뒷산, 노치레산 등 이름에서 특이한 엇비슷한 낮은 산들이 댐을 둘러싸고 있다. 모양도 뾰족한 각시봉(옥녀봉) 뒤에는 선암산과 뱀산이 눈에 띄고, 뒤에는 의성의 금성산과 비봉산이 희미하다. 댐 오른쪽으로 팔공지맥 말금을 따라 경림산, 방가산이 달린 영천의 보현산을 비롯해 기룡산도 조망된다. 실로 먼 바다의 파도처럼 일렁이는 산의 너울의 모습이 장관이다.

화산산성으로 향하다. 멀리 펼쳐진 화산 일대는 풍력발전기가 한가롭게 돌고 있다. 이정표가 선 마을 갈림길에서 계곡 쪽을 향하여 곧 저수지 아래 물길을 건너면 정자휴게소이다. 이어 계곡으로 들어가 수구문을 본 뒤 성벽을 따라가면 아치 모양의 화산산성 북문에 닿는다. 산성은 생각보다 짧고 많이 무너진 모습이다. 안내판을 읽어보니 아예 미완성의 성으로 옛 모습 그대로라고 한다. 흉년과 질병이 만연해 백성들에게 계속 부역시키지 못해 공사를 중단했다는 것이다.

화산산성의 북문은 애초부터 미완성된 성으로 옛 모습 그대로다.

성문을 지나면 계곡을 따라 경운기가 지날 정도로 넓은 숲길이다. 입구에 민간인 출입금지 안내판이 있지만 출입을 제지하는 사람은 없다. 완만하고 조용한 이 울창한 임도는 단풍으로 물들면 제법 운치가 있을 듯하다. 이 길을 벗어나면 바로 유격장 입구 위병소를 만난다. 위병소에서 콘크리트 포장로를 따라 직진한다. 고개를 넘어 갈림길을 무시하고 내리면 ‘828 강의장’ 표지판이 보인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돌리면 강의장 건물을 지나 팔공지맥을 따라 능선길이다.

능선길은 덤불에 가려 길을 찾기가 쉽지 않다. 주변에는 무너져 내려 구르는 유격장 시설도 보인다. 그리 심하지 않은 오르내림이 반복되며 삼각점(화북 315, 2004 재설)과 안내판이 서 있는 화산 정상에 이른다. 나뭇가지에 걸린 준희의 팔공지맥 팻말도 보인다. 그러나 수풀에 잡목과 수풀이 덮여 정상에서의 전망은 어렵다. 하산은 남서쪽 능선을 따라 혈암산으로 이어진다.

북문을 지나면 만나는 넓은 숲길은 단풍으로 물들면 제법 운치가 있을 듯하다.

정상에서 서쪽으로 비스듬히 이동하다. 숲길로 내려가는 능선길을 잘 찾아야 한다. 임도로 내려가는 능선은 소나무와 참나무가 빽한 숲 속에서 산길이 뚜렷하다. 경사진 내리막길은 화산과 혈암산의 경계를 이루는 고개 임도에 닿는다. 임도를 가로질러 혈암산으로 올라간다. 경사가 가파르지만 바로 오른 혈암산(559m)은 정상석도 조망도 없다. 영천시 신녕면 가천리와 화남리 경계의 혈암산은 금담 또는 용암산이라고도 한다. 혈암산은 바위에 동굴이 있어 이름이 붙었다고 하나 그 동굴은 보이지 않는다.

산길은 서쪽으로 능선을 따라 상당히 뚜렷하다. 그러나 424.3m 봉우리를 지나면 산길은 오리무중이다. 길이 없는 산릉을 따라 개척하듯 한광사 쪽으로 내려간다. 간혹 한광사에서 들려오는 염불소리가 이정표 역할을 한다. ‘대승불교 교황종 총본산’이라는 현판이 걸린 한광사에는 통일신라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알려진 석탑과 석불좌상이 있다. 절집을 떠나 화남지를 만나 저수지를 끼고 도로를 따라 등산을 시작한 원점으로 돌아가 등산을 마무리한다.

산행길표 화남1리 버스정류장~갑현마을(권은수 장군 유적지)~화남지수로 옆~476.9m봉~팔공지맥~갑령~722.9m봉~화북4리 마을회관~풍차전망대~화산성 북문~유격장 위병소~팔공지맥(828강의장 갈림길)~화산 정상~임도~혈암산~한광사~갑현마을~화남1리 버스정류장 <7시간 소요>

교통(지역번 054) 영천버스터미널(1666-0016)에서 시내버스(333-3552) 281-1, 291, 293, 294번을 타고 화남1리(권은수 장군 유적지) 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시내버스가 빈번하지 않아 시간을 맞추기 어려울 경우 운행이 많은 신녕까지 시내버스로 가고 신녕에서 택시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숙식(지역번호 054) 영천역 인근에 강모텔(334-0000), 쇼모텔(334-1000), 하얏트모텔(335-7858) 등이 있다. 영천은 예로부터 우시장이 크게 발달하였고, 영천역 인근의 영천공설시장에는 역사가 깊은 곰탕집이 즐비하다. 시장 내 영남맥반뷔페는 모든 재료가 국산인데도 저렴한 가격을 자랑한다. 성내동 화평대군(334-2514)은 같은 장소에서 40년간 운영해 온 영천육회 맛집으로 육회, 소불고기, 비빔밥 전문점이다.

볼거리 화산산성 & 한광사 경북도 기념물 제47호로 지정된 ‘화산산성’은 화산 일대에 왜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축성된 산성이다. 조선 숙종 35년(1709) 병마절도사 윤숙이 4문의 기초공사를 시작하여 먼저 홍예문을 세우고 혜후와 두청 스님에게 군수물자를 비축해 두기 위한 사찰인 군수사를 짓게 하였다. 성벽을 구축하던 중 심한 흉작으로 공사가 중단되고 윤숙까지 전라도 병마절도사로 전출되면서 공사가 허사로 끝나고 말았다. 북문과 수구문 터는 축성을 시작한 옛 모습 그대로 뚜렷하게 남아 있다. 화산산성은 조선시대 축성 기법과 공사 순차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파악되고 있다. 산행이 끝날 무렵 만나는 한광사에는 화남동 삼층석탑(보물 675호)과 화남동 석불좌상(보물 676호), 두루머리 갑현마을에는 ‘권은수 장군 유적(보물 제668호)’이 있다.

[출처 : 월간산 황계복 부산산악연맹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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