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카야마 에너지, 소똥으로 비트코인 채굴한다!(21.06.20) 태양광, 풍력, 소 배설물, 화산지열까지… 재생에너지로 암호화폐 채굴

엘살바도르 국영 지열발전회사 라디오(LaGeo)가 설계 중인 화산 지열을 이용한 비트코인 채굴장 조감도. [라디오 트위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테슬라의 비트코인 결제를 다시 허용하겠다고 밝히면서 비트코인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비트코인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이 50%를 넘으면 비트코인 결제를 다시 허용할 것”이라고 6월 13일(미국 현지 시간) 그의 트윗이다. 이 여파로 비트코인은 하락세에서 다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고 청정에너지를 사용하는 ‘그린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과연 막대한 전기에너지를 소비해온 암호화폐가 환경 파괴의 주범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일론 머스크의 변덕스러운 배경은?과도한 에너지 사용과 이로 인한 이산화탄소 발자국 문제는 암호화폐 시장의 최대 감쇠 요소로 꼽힌다. 마스크를 포함한 많은 기업인은 환경보호를 앞세우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부상하는 추세로 환경을 파괴할 비트코인을 선뜻 선택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기존 화폐 시스템과 달리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는 에너지 소비가 많을 수밖에 없다. 고성능 컴퓨터를 활용해 복잡한 수학적 계산을 해결하는 과정을 거쳐야 비트코인을 ‘채굴(마이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갈수록 채굴 과정이 복잡해져 더 높은 컴퓨터 성능과 파워가 요구되고 있다. 초기에는 집에 있는 일반PC(PC)로도 채굴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ASIC(주문형 반도체)와 같은 고가의 특수 장비로 가득한 방대한 공간이 필요하다. 창고에 가득 찬 수백만 대의 컴퓨터는 연중 무휴로 가동된다. 이들 장비를 식히기 위한 외부 냉각시설을 가동하는 것만으로도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또 매년 보다 새롭고 효율적인 모델로 장비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다량의 전자폐기물이 생성되는 것도 문제다. 평균적으로 비트코인 장비는 1년 반 이상 지속적으로 사용하기 어렵고 용도를 변경할 수도 없어 폐기 처분되고 있다.
중국 연간 1억3000만 톤의 온실가스 배출

중국 쓰촨성에 위치한 암호화폐 채굴장. [마이 드라이버]
실제로 비트코인 채굴에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소비될까. 영국 케임브리지 대체금융센터(Cambridge Centre for Alternative Finance·CCAF)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현재 연간 약 110TWh(테라와트시)를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말레이시아 스웨덴 같은 소규모 국가의 연간 에너지 소비량과 맞먹는다.
비트코인 거래 1건에는 약 1544kWh(킬로와트시)가 사용된다. 이는 미국의 일반 가정에서 53일간 사용하는 전기량이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200달러(약 22만원) 이상의 전기요금이 부과된다. 비트코인 자산의 가치가 높고 수입이 많아질수록 채굴자는 하드웨어와 에너지 자원에 더 큰 비용을 쏟아붓게 된다. 비트코인 가치가 상승할수록 비트코인 채굴 경쟁이 격화되고 전력 소모량도 늘어날 전망이다.
전기의 주요 동력원은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다. CCAF 분석 결과 2019~2020년 비트코인 채굴업체의 76%가 중국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소개된 중국과학원과 칭화대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2024년 중국 비트코인 산업이 정점을 찍고 소비되는 연간 에너지가 이탈리아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경제국의 총 에너지 소비량을 초과할 것으로 전망됐다. 비트코인 운영으로 중국에서만 연간 1억3000만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비트코인 채굴 시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것에서 탈피하려는 친환경 움직임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트위터 공동창업자 잭 도시가 설립한 온라인 결제 서비스 기업 ‘스퀘어’는 태양광으로 에너지를 충당하는 비트코인 채굴 시설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스퀘어는 500만달러(약 55억8600만원)를 투자해 100% 재생에너지로만 가동되는 비트코인 채굴장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태양광 발전 장비는 일정 시간만 태양광을 얻을 수 있다는 게 단점이다. 하루에 반나절만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면 이를 통한 채굴은 효율이 매우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 텍사스 주는 오랜 풍력발전으로 전력을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는 곳으로 떠오르고 있다. 비트코인 채굴 기업들은 텍사스를 매력적인 곳으로 보고 이주를 계획하고 있다. 페이팔 공동 창업자이자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인 팰런치아 테크놀로지스의 회장 피터 틸은 ‘포천’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전기는 현재 텍사스 서부에 있다”며 “텍사스의 기온이 높은 단점을 보완하고자 액체 냉각 시스템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화산지열, 소 배설물까지 활용

이지크립토헌터는 농장에 젖소 분뇨를 활용한 발전 시스템을 설치해 암호화폐 채굴 장비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이지크립토헌터]
세계 최초로 암호화폐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승인한 나이브 부케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화산지열을 이용해 비트코인을 채굴하겠다고 밝혔고 이후 국영 지열발전회사를 통해 비트코인 채굴장 건설을 추진하고 비트코인 채굴 허브 설계에 돌입했다. 화산에서 발생하는 지열은 아직 3분의 2가 미개발 상태로 잠재력이 있는 에너지다. 엘살바도르는 화산에서 나오는 청정에너지 100% 활용을 내세워 암호화폐 투자자와 기업을 끌어들이고 있다.동물 분뇨를 이용해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방법도 등장했다. 영국 맨체스터 인근에 본사를 둔 이지크립토헌터는 분뇨를 이용한 바이오에너지로 채굴 장비를 운영하고 있다. 500RPM에서 작동하는 대형 6기통 엔진은 젖소의 분뇨를 분해해 방출되는 메탄을 전기로 변환한다. 이 과정을 혐기성 소화라고 한다. 생성된 전력은 대부분 농장을 운영하는 데 사용되지만 나머지는 소규모 채굴 장비에 전력을 공급한다. 이곳에서는 24시간 컴퓨터를 가동해 이더리움을 채굴하고 관련 장비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되는 재생에너지 비율이 계속 늘고 있지만 아직 충분하지 않다. CCAF 연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재생에너지는 총 에너지 소비량의 3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6%는 전통 화석연료와 재생에너지를 혼용해 충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생에너지 전환과 함께 에너지 효율이 높은 암호화폐를 찾는 데도 시선을 돌리고 있다. 일례로 2022년 이더리움 2.0이 전환하는 지분증명(PoS) 프로토콜을 사용하면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다. 이는 기존 컴퓨터에서 계산하는 방식인 ‘작업증명(PoW)’을 대신해 해결하는 방법이다. 전문가들은 이더리움이 이론적으로 지분 증명으로 전환할 수 있다면 비트코인 역시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분 증명의 가장 큰 단점은 아직 기술적으로 낯설고 복잡하다는 것이다.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은 미국전기전자학회(IEE) 학회지 ‘IE 스펙트럼’을 통해 “PoS로 전환하면 이더리움 거래당 소비에너지가 100배 이상 감소할 것”이라며 “에너지 사용을 줄임으로써 생태적 문제를 해결하고 동전 발행 비용도 줄이는 이점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정림 과학전문기자